올해 심각한 경제상황으로 고용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기업들의 감원 바람으로 IMF 때도 구조조정의 안전지대였던 30대까지 일자리를 내놓는 상황이다. 이런 형편에 기업들이 채용에 나설 리는 만무하다. 결국 청년층은 실업자 신세가 돼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IMF 직후 7%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1990년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3%대에서 고착화하고 있다. 실업에 대한 위기의식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명퇴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한층 고조되고 있다.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남아 있으면 도둑)에 이어 '삼팔선'(38세 명예퇴직)이란 신조어까지 등장, 직장인의 비애를 웅변해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반갑지 않은 용어까지 등장했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15∼29세 청년층의 실업은 매우 심각하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청년층 실업률은 8%(실업자수 39만4,000명)로 전체 평균의 2.35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청년실업에서 실업률 산정에 포착되지 않는 '노는' 젊은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군복무 학업 취업포기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은 청년층의 절반은 사실상 실업자나 다름없어 청년실업자는 100만명에 이른다는 추정이다.
채용시장에서 청년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30대 대기업은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있다. 반면 경력자 채용 비중은 97년 40.7%에서 2002년 81.8%로 늘었다.
앞으로도 기업체들은 신규채용을 더욱 줄여나갈 계획이어서 청년층의 취업전망은 '시계 0'에 가까워진 상황이다.
대학가에는 취업전쟁을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졸업을 미루는 '모라토리엄족'이 늘어나고 있다. 내년 2월 E대 대학원을 졸업하는 안모(23)씨는 졸업과 동시에 K대 대학원에 입학할 예정이다. 안씨는 "취업이 여의치 않아 임시방편으로 또다시 대학원을 다니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년 유휴인력 문제는 개인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노동연구원 이병희 연구위원은 "젊은 노동력을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기업의 인력 위계질서가 흐트러지고 숙련된 기술의 전수가 어려워지는 등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정부나 정치권은 청년실업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내년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정부투자기관 및 정부출연기관이 정원의 3% 이상을 의무적으로 신규채용토록 하는 청년실업해소특별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취업정책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총선 이후까지 이 정책이 살아있을지는 의문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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