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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아픔… 21세기 "한씨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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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아픔… 21세기 "한씨연대기"

입력
2003.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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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복 갈아입기 전에 돌아올 거요." 분단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황석영의 중편소설 '한씨연대기'의 주인공 한영덕이 한국전쟁 때 단신으로 남하하면서 북에 남은 가족을 향해 던진 말이다.그러나 지옥 같은 한 철만 지나고 나면 끝날 줄 알았던 이별은 50년이란 세월의 힘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분단의 상처가 되고 말았다. 2004년 1월8일부터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우무대의 '한씨연대기'가 여전히 우리에게 문제적 작품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극 '한씨연대기'는 황석영 원작의 소설을 오인두, 김석만 등 당시 연우무대 식구들이 무대에 걸맞도록 각색한 작품.

남북 분단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세 개의 다큐멘터리를 추가했고 한영덕의 동생인 한영숙의 이야기를 창작해 넣었다. 배우 한명이 여러 명의 역할을 소화하도록 하는 등 당시로서는 새로운 연출 양식도 도입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한씨연대기'는 85년 4월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100회 공연 돌파 등으로 화제가 됐다. 초연 당시 '한씨연대기'에서 주인공 한영덕 역은 영화배우 문성근, 한영덕의 여동생 영숙 역은 양희경, 친구인 서학준 역은 박용수가 각각 맡았다.

"비록 많은 시간이 흘러 분단의 문제가 삶과 동떨어진 것으로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우리 모두가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물려받는 부(負)의 상속자라는 점만 전달할 수 있다면 젊은 세대도 충분히 이 문제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85년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연출을 맡은 김석만 한국예술종합대학 연극원 교수는 '한씨연대기'를 다시 무대에 올리는 까닭을 그렇게 설명했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힘을 앞세운 이데올로기의 강요 앞에서 몰락하는 한 개인의 인생유전을 다룬 '한씨연대기'는 곧 우리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았던 바로 앞 시대의 초상화라는 이야기였다.

그들이 물려준 피란민 의식은 여전히 우리 삶에 도사리고 있다. 퇴색한 듯 보이지만 분단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 시대의 화두일 수밖에 없다.

이번 공연은 출연진과 무대가 바뀐 것을 빼고는 1985, 91년의 공연과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김 교수는 21세기 들어 처음 공연되는 '한씨연대기'를 "오히려 전보다 진중하고 유장하게 작품의 호흡을 이끌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강신일, 이대연, 김중기 등 영화와 연극을 넘나들며 연기력을 뽐내고 있는 배우들이 각각 한영덕, 영숙, 서학준 역을 맡았다. 공연은 2월28일까지 계속된다. (02)762―0010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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