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느덧 꼭지점에 와 있다. 늘 그렇듯 우리의 일상사처럼 스포츠에도 명암이 있기 마련. 승자에게 환희의 시간은 짧았겠지만 패자에게는 더없이 길고 반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었다. 그래도 새해의 찬란한 일출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비출 것이다. 올 한해 고통과 좌절을 겪은 선수들은 내년 재도약을 기약하고 영광을 누린 선수들은 그 영광이 더욱 빛나기를 기원한다. 2003년이 잊지 못할 한 해가 됐을 스포츠인물 '베스트5'와 '워스트5'를 정리해 봤다./편집자주
베스트5
이승엽(27·지바 롯데)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였던 롯데전에서 아시아 한시즌 최다인 56호 홈런포를 쏘아올려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빛나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홈런볼을 잡기 위한 잠자리채가 야구장을 가득 메웠을 만큼 전국은 '이승엽 신드롬'에 휩싸였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된 것이 '옥에 티'지만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즈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최경주(33·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 올시즌 명실상부한 월드스타로 발돋움했다. 최경주는 유럽PGA 린데독일마스터스 우승을 포함, 미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준우승 1차례, '톱10' 6차례로 상금랭킹 30위, 세계랭킹 19위에 올랐다. 프레지던츠컵과 타깃월드챌린지 등에 초청받아 톱스타들과 당당히 대결한 최경주는 내년 메이저대회 첫 왕관을 노린다.
김도훈(33·성남) 올시즌 프로축구 K리그는 김도훈의 해였다. 올초 성적 부진으로 전북에서 방출당하는 설움을 겪었던 그는 특유의 성실함과 끈기로 자신을 담금질, 득점왕에 오르며 K리그 최우수선수(MVP) 등 연맹, 언론사에서 시상하는 상을 독차지했다. 올시즌 28골을 뽑아내며 94년 윤상철(21골·LG)의 최다골기록을 경신, 프로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인영(32·루트체육관) 알코올 중독자에서 세계챔피언으로 올라섰다. 이인영은 2년전만 해도 미용사 보조, 트럭 운전사 등을 전전했고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알코올 중독자까지 됐지만 불굴의 의지로 이를 극복하고 9월27일 한국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IFBA(국제여자복싱협회) 플라이급 챔피언에 올랐다. 이 같은 내용의 자서전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인영은 24일 1차 방어에 성공했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8월13일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32강전. 성남서고에 1―10, 7회 콜드게임패한 성심학교 야구부는 거꾸로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청각장애 야구팀이 전국대회에서 선전하는 모습은 야구팬들은 물론, 전국민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들에게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건 불편함일 뿐,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었다.
워스트5
김병현(24·보스턴 레드삭스) 올 한해는 정말 잊고 싶을 것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선발투수를 따냈지만 1승5패의 저조한 성적만을 남겼고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된 뒤 야유를 보내는 팬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저속한 행동을 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난달 개인훈련 도중, 모신문사 사진기자와 실랑이를 벌이다 폭행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움베르투 코엘류(53·축구국가대표팀 감독)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3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코엘류 감독은 10월 아시안컵 예선에서 베트남과 오만에 연패하는 등 한국축구사에 '오만 쇼크'라는 치욕을 안겼다. 이달 동아시아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았음에도 경질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언제쯤 웃는 모습을 보여줄수 있을까.
김운용(72·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생애 최악의 해를 보냈다.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직후인 7월 김 위원은 자신이 부위원장에 출마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평창 유치를 방해했다는 의혹에 시달리는 등 '진실공방' 끝에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까지 받았다. 최근에는 체육 관계자들로부터 각종 로비 자금을 받았다는 비리의혹마저 불거져 자택을 압수수색 당했고 검찰소환을 앞두고 있다.
부천SK 프로축구단 1983년 프로축구 원년 멤버로 최고 구단이라는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올시즌 성적은 3승12무29패, 골득실 ―34골. 올해 프로에 데뷔한 대구와 광주상무에도 미치지 못하는 프로축구 사상 최악의 성적이었다. 백약이 무효였던 부천SK는 결국 구단 매각을 선언했고 중국의 석유화학 재벌 스더그룹이 인수에 관심을 보여 해체 만은 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범(34·안양SBS) 1997년 프로농구 출범이후 초유의 몰수패 사태를 유발한 장본인. 이상범 코치는 지난 20일 전주KCC와의 경기에서 판정에 항의하던 정덕화 SBS감독이 퇴장당하자 선수를 코트로 내보내지 않아 몰수패를 당했다. 이로 인해 이상범 코치는 3시즌 자격정지를 받았고 김영기 총재 등 한국농구연맹(KBL) 집행부가 총사퇴를 선언했다.
/정리=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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