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지하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하고 그 연습이 끝나면 또 다시 공연장에서 하루 종일을 보내다보니 한가롭게 대학로 거리를 거닐어본 지도 꽤나 오래된 것 같다. 조금만 더 부지런을 떨면 누릴 수 있는 여유를 게으름 때문에 놓치고 사는 것이다.남들은 모두 흥겨움에 들떠 있는 크리스마스에 지하 극장으로 들어서려니 조금은 쓸쓸한 생각이 들어 극장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데 연인 둘이 포스터를 들여다보고 서 있는 것이다. 공연 보러 온 관객이구나 싶어 반갑고 감사한 마음에 기웃거리고 있는데, 무심코 던지는 그들의 말에 그만 온 몸의 기운이 쭉 빠져버렸다.
"야, 이거 또 예술 하는 거 아냐?"
"그러게. 골치 아픈 거 딱 질색인데, 우리 웃기는 거나 보러 가자!"
미련 없이 돌아서버리는 그들에게 이거 아름다운 사랑 얘기예요, 하고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스스로가 구차하게 느껴져 그만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예술 하는 거 아냐"란 말이 왜 그렇게 가시가 되어 박히는지.
언젠가 연극은 왠지 어렵다 하는 말을 들었을 때 만큼이나 속이 아픈 날이었다. 내가 해왔던 연극들을 하나 하나 다시 되짚어보며 연극은 정말 골치 아픈 예술인가 하고 반성까지 해본다. 거리엔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지고 사람들 표정은 환한데, 혼자 쓸쓸해진다. 나는 남들이 질색하는 것에 매달려 청춘을 다 바치고 지금도 울고 웃고 하는 건지….
그래도 공연은 올라간다. 그날 공연장을 찾아준 다른 많은 관객들의 훈훈한 미소와 박수로 위안을 삼으며 다시 다음 공연을 준비한다. 나는 배우니까. 그리고 무대를 기다리는 관객이 있으니까.
길 해 연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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