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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상궤 벗어난 대통령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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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상궤 벗어난 대통령 발언

입력
2003.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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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총선출마 비서진 9명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상궤를 크게 벗어난 발언이다. 대통령이기에 앞서 한 정치인으로서의 처신으로도 이해가 안 된다. 더구나 노 대통령은 당적을 갖지 않고 있으며 정파를 초월해 국정에 임하겠다는 다짐을 해 왔다.더 한심한 것은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사적발언에 불과하며 총선에 나서는 퇴임 비서진 격려차원의 덕담이라고 둘러대는 청와대의 무지한 강변이다. 국정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지니는 무게를 헤아린다면 발언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옳다.

우려되는 것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내년 총선에 초조해 하는 심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기대만큼 뜨지 않고, 총선에서의 성적표가 불투명해지자 무리를 거듭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대선 1주년에 노사모 등 자기편만의 야간 장외집회에 나가 시민혁명의 계속을 주장하고, 장관들에게 출마를 권유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출마해) 도와달라고 했음이 퇴임한 당사자의 입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우리당 입당도 마찬가지다. 우리당 스스로가 정신적 여당임을 자임하고 있고, 이 당의 최종설계자가 노 대통령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부자연스러움보다는 하루빨리 우리당에 입당,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쪽이 떳떳할 것이다.

노 대통령의 복안이 선거판을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양당구조로 몰아, 한판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실리를 명분으로 분식하고, 대통령 발언이 지니는 파괴력과 영향력을 목적달성을 위해 악용한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도덕성을 스스로 허무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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