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즉 여권의 총선을 겨냥한 움직임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올인(All in)'쪽으로 가닥을 잡을 조짐이다.'올인'은 도박 등에서 한번에 가진 것을 모두 걸어 승부를 가린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언행에서는 실제로 도박을 연상케 하는 심상치 않은 흐름이 감지된다.
노 대통령은 '시민혁명''2급수'발언에 이어 24일엔 비공개 자리이기는 했으나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 돕는 격'이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노 대통령이 당초 "총선 의석 수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작심'을 했다면 여권 내 인력 풀에도 총동원령이 내려질 것으로 봐야 한다. 노 대통령은 여러 차례 "각료나 청와대 참모들의 총선 출마를 강권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지만 이미 말의 무게가 현저히 떨어졌다. 오히려 노 대통령의 최근 언행은 간접적으로 '대통령의 결심이 이러하니 알아서 따르라'는 메시지를 하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던 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등이 각각 "다른 곳에서 통합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열린우리당이 원한다면 장렬하게 전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방향을 틀기 시작한 것도 이런 독려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올인'의 대상은 두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정찬용 인사수석, 박주현 참여혁신수석 등 참모와 김진표 경제부총리, 강금실 법무장관 등 지명도가 있는 인사들은 모두 출마 대상자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유독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재인 민정수석만이 불출마 고집을 꺾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인 기류가 갈수록 강해지면서 28일로 예고된 소폭 개각은 이미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올인의 시기와 관련해선 공직사퇴 시한인 내년 2월 15일 이전인 1월 하순∼2월 초·중순이 될 것이란 설이 유력하다.
올인을 한다는 것은 노 대통령이 선거결과에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재신임 문제는 총선 결과에 연계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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