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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동포들 "우울한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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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동포들 "우울한 크리스마스"

입력
2003.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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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크리스마스요? 우리 처지엔 꿈도 못 꾸는 일입니다!"크리스마스인 25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동 서울 조선족교회 3층 예배실. 성탄예배를 보고 있는 재중동포 500여명의 얼굴에는 기쁨과 즐거움 대신 근심과 불안감이 가득했다.

정부가 연말까지 자진 출국하는 불법체류자에 대해 재입국 규제기간을 현행 1∼2년에서 6개월로 단축시킨다고 발표했지만, 무작정 이를 믿고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비자를 받지 못해 영영 한국 땅을 다시 밟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출국시한인 연말이 5일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표 등이 이미 매진돼버려 재중동포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 들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예배도 잊은 채 교회 정문 앞마당에 모여든 상당수 재중동포들은 "이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돼 버렸다"며 한탄했다.

이달 30일 중국 톈진(天津)행 비행기표를 구입한 재중동포 최모(45·체류기간 6년)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 21일 서울 조선족교회에서 출국신청서를 제출하고, 어렵게 비행기표를 구했다"며 "하지만 6개월 후 재입국시켜준다는 한국정부의 확실한 보장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재중동포 이모(48)씨는 "중국으로 들어가 불법체류자 딱지를 떼야 할지, 아니면 그냥 영원히 불법체류자로 남아야 할지 고민이 많다"며 "중국 옌볜에 있는 가족들과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날이 있기나 할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오전 조선족교회 2층에는 100여건의 출국신청서가 접수될 정도로 재중동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불법체류 10년째인 재중동포 김모(42)씨는 "재입국시켜준다는 한국정부의 보장이 없는 한 출국의사를 밝혔어도 막상 출국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혹시나 몰라 일단 신청만 해놓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푸념했다.

접수를 받고 있는 한 자원봉사자는 "지난 17일부터 시작해 마감일인 오늘까지 총 2,300여명의 재중동포들이 출국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출국과 잔류를 놓고 대부분의 재중동포들이 고심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조선족교회 이은규 목사는 "올 연말까지 수천명의 재중동포들을 모두 출국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며 "내년 1월까지의 출국유예와 6개월 후 재입국 허용을 정부측에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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