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법안 제정의 시급성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의 상황은 조속 입법을 촉구해 온 여론과 거리가 멀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이나 소방방재청 신설에 관한 입법처럼 이번 국회에서도 자동폐기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안 외에 의원입법 등으로 제출된 법안들이 더 있어 아직도 쟁점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대표적 쟁점은 역시 인간복제의 바탕이 되는 체세포 핵이식 행위의 제한문제다. 희귀·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목적이 아니면 제한키로 한 정부안과 달리 과기정통위안은 원칙적인 금지규정을 없애거나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보류하자는 내용이다. 생명과학 연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3년 전부터 되풀이 제기돼 온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안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다투어 온 복지부와 과기부가 각계 의견을 절충한 끝에 만들어낸 것이므로 다른 의원입법안이나 입법청원안과 같은 차원에서 볼 수 없다. 지금 다시 국민적 합의를 이유로 보류하자는 것은 법을 만들지 말자는 것과 같다. 특히 병합심의의 대상으로 제기된 과기정통위안은 엄밀히 따지면 1월에 발의된 채 해당 상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그 법안이 법사위에 회부되기를 기다려 함께 심의하자는 주장은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이미 외국의 유사 종교단체가 복제인간을 탄생시켰다고 발표한 일이 있고, 11월에 실시된 국내 설문조사에서는 줄기세포 연구자 336명 중 6%가 인간 복제에 찬성한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서둘러 법을 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이 법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생명과학기술 연구의 범위를 특정함으로써 연구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의미도 있다. 26일 열릴 국회 법사위를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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