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5일 전날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돕는 꼴", "한나라당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 발언을 놓고 '명백한 사전 선거운동'이라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망언' '궤변' '경박함의 극치' 등 원색적 수사가 총동원됐다. 야권은 이와 함께 이번 발언은 분명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보고 선관위 고발 등 법적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대통령답지 못한 말을 쏟아내니까 무슨 의도에서 그러는지 따지기에도 지쳤다"며 "국민의 눈으로 국민 생활을 다룰 시간을 절대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총무는 또 "지난번 '리멤버1219' 행사에서의 시민혁명 발언에 이어 똑같은 범법을 한 이상 그냥 지나갈수 없다"며 선관위 고발 방침을 밝혔다.
은진수 수석부대변인은 "작년 대선 때처럼 선거승리를 위해서라면 정치공작이나 중상모략도 서슴지 않겠다는 비열한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또다시 반칙으로 선거민심을 난도질하려 한다면 우리 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저히 응징할 것"이라고 별렀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정체되니까 노 대통령이 초조해져서 이성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운태 사무총장은 "망언"이라고 맹비난했다.
김영환 대변인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고사시키기 위해 나온 발언"이라며 "하지만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를 응집시키고 분노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종필 대변인도 "다른 사람에게 악담이 되는 것을 한 줌 밖에 안 되는 자기 식구들에게 덕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따졌다.
유 대변인은 또 "노 대통령이 위헌적인 재신임을 이야기해도, 노사모의 궐기를 선동해도 열린우리당은 앞뒤 가리지 않고 '지당하십니다'만 연발하고 있다"며 우리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장전형 수석부대변인은 "친정을 박살내고 나만 살겠다는 놀부심보에 분해서 한 잠도 자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공식적인 발언이 아니라 사적 자리에서 나온 말"이라고 강조하면서 "이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생트집"이라고 받아쳤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사석에서 덕담으로 한 말이 밖으로 새나간 것에 대해 자꾸 시비를 거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야말로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우리당 장영달 의원도 "대통령이 마이크에 대고 선전한 것도 아니고 길 떠나는 비서들에게 선전하라고 격려해준 것"이라며 "민주당은 정국이 양강 구도로 가면서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고 민감하게 반응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당의 다른 관계자는 "논란은 있지만 대통령의 발언이 호남민심을 환기시켜준 게 아니냐"며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도 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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