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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닫힌 그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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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닫힌 그들당"

입력
2003.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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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1주년을 맞아 MBC가 실시한 정당지지도 조사결과 민주당(19,6%)이 1등 한 것에 2등으로 내려앉은 한나라당(16.2%)보다 꼴찌나 다름없는 열린우리당(16.1%)이 더 입맛이 썼을 것이다. 민주당이 '미스터 쓴소리 효과'에다 대선자금 문제에서 이점을 누린다고는 하나 우리당이 느낄 위기감이 짐작이 간다. 총선에서 1등은 커녕? "'대통령당 만들기'라는 비난이 없던 게 아니지만 그래도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싸운 상대인 '반개혁 세력'이 1등이라니…" 이런 생각일지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의 앞뒤 가리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잘 계산된 최근의 발언들이 왜 나오는지 알 만하다.■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된 그날 밤, 노사모가 여의도에서 주최한 '리멤버 1219' 행사에서 노 대통령이 시민혁명을 외치는 것을 연단 아래서 우리당 지도부가 추위에 떨며 지켜보고 있었다. 영낙없는 '노빠당' 모습이고, 그러니 연설이 논란을 부르자 "그게 왜 사전선거운동이냐"고 옹호한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누가 시민의 선거혁명을 나쁘다고 했는가. 그 혁명을 대통령의 사조직을 내세워 하겠다니 수상하다는 것이지. '우리'만이 선거혁명의 주체이고 '그들'은 모두 혁명의 대상이다? 우리당은 정녕 노 대통령의 깊은 뜻을 이때는 몰랐나.

■ 우리당은 노 대통령이 엊그제는 한 발 더 나아가 "한나라당을 찍으면 민주당을 돕는 것"이라고 지원을 노골화하자 "정국을 제대로 꿰뚫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제서야 노 대통령이 불법논란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나섰음을 안 모양이다. 우리당이 "대통령의 말이 옳다"고 외치려면 개혁을 전유물처럼 내세우는 태도만은 버려야 한다. 그것이 떳떳하다. "개혁 성공을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한다"는 호소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보는가. 과거 '대통령당'의 구태조차 벗지 못하면서 무슨 개혁인가.

■ 우리당이 "신당이 망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정동영 의원)면 겸허해져야 한다. 발은 정치현실에 푹 담고 있으면서 말로는 개혁을 독점한 것처럼 하면 국민 눈에 '닫힌그들당'으로 보일 뿐이다. 강준만 교수가 '우리당이 실패할 10가지 이유'(오버하는 사회)의 하나로 "'개혁 대 반개혁', '지역주의 타파 대 지역주의 기생'이라는 이분법으로 다른 정치세력을 매도하며 개혁을 입으로 때우려 드는 것"을 지적한 의미를 우리당은 전혀 모르겠는가.

/최규식 논설위원 kscho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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