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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청자장" 선정 이용희씨/"혼이 들어가야 제색깔 나오니 더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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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청자장" 선정 이용희씨/"혼이 들어가야 제색깔 나오니 더 신비"

입력
2003.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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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요? 평생 흙을 빚었지만 아직도 그 신비함은 잘 모르겠습니다." 전남 강진고려청자사업소 이용희(64·사진) 연구실장은 최고의 고려청자 장인으로 꼽힌다. 600여년간 단절된 고려청자를 국내 처음으로 재현해냈던 그가 25일 전남도가 지정하는 무형문화재 '청자장(靑磁匠)'으로 선정돼 명실상부한 최고의 청자 장인으로 인정됐다."저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지만, 무엇보다 '고려자기의 고향' 강진에서 비로소 청자장이 처음 탄생해 감회가 새롭습니다." 무형문화재 청자장은 국가 지정·지자체 지정을 막론하고 그동안 딱 한 사람, 광주지역의 조기정 선생이 유일했다.

이 실장은 25살 때부터 도공(陶工)의 외길을 걸었다. 빈농의 아들로 초등학교만 간신히 마친 그는 1964년 군 제대 후 고향인 전남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에서 농사를 지었다. 그러던 중 고향 집 뒤뜰에서 고려청자 도요지가 발견되자 천직으로 여겼던 농사를 접고 발굴작업의 인부로 참여하면서 고려청자와 첫 인연을 맺었다.

청자의 신비함에 푹 빠진 그는 이후 고향 동네의 여계산 기슭에서 40년을 흙 주무르고 물레 돌리며 고려청자를 되살리는 데 평생을 걸었다.

거의 독학으로 도자기 빚는 법을 터득한 그가 고려청자 재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77년부터. 강진군이 특수시책으로 고려청자 재현사업을 시작하자 곧바로 이 사업에 참여한 그는 청자 재현 흙 작업에 몰두해 1년여 만에 고려청자 32점을 국내 최초로 재현해냈다.

그의 작품은 수백년 전의 고려청자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똑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2001년 전남대 연구팀이 이 실장의 작품과 12세기 때 고려청자를 원소분석 등을 통해 비교 실험한 결과, 유약과 토분의 성분, 발광상태, 색의 명암 등이 '원조' 청자와 일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청자의 기초는 무엇보다 흙과 유약에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전통 천연 유약 제조기법과 원료를 독창적으로 개발해 내기도 했다. 그는 "청자의 생명은 푸른 빛과 음각 문양, 조형미의 조화에 있지만 도공의 혼이 들어가지 않으면 청자의 독특한 색은 나오지 않는다"며 "청자는 많지만 '명품'이 드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가 빚어내는 고려청자 작품은 도자기와 소형 소품을 포함해 50여만 점이 넘는다. 하지만 최고의 예술명품 소리를 듣는 작품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는 "문화재로 지정돼 도공으로서 어깨가 더욱 무겁다"며 "도자기의 꽃인 고려청자가 다시 사라지지 않도록 후학 지도에 여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강진=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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