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업들의 거래소 이전으로 초라해진 코스닥이 우량 부품기업 중심의 인수합병(M&A)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투자자들도 단순히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나 인터넷·통신 등 테마주보다는 경기 흐름과 기술력에 따라 수익이 크게 좋아지는 우량 부품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대형주 脫 코스닥
코스닥 시가총액 2위 기업인 기업은행이 코스닥을 떠나 거래소로 이전 상장한 24일 코스닥 지수는 7개월 여 만에 또다시 장중 42 포인트대까지 추락하며 43선에 턱걸이했다.
올 7월초만해도 46조원을 넘었던 코스닥 시가총액은 대형주들의 잇따른 거래소 이전으로 시가총액이 35조8,050로 위축됐으며 1위 기업인 KTF(시가총액 3조4,900억원)마저 내년 거래소로 옮길 예정이어서 지수 변동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올 5월 엔씨소프트가 거래소로 이전한 것을 시작으로 SBS, 강원랜드 등 상위 기업들이 잇따라 시장을 빠져나갔고 국민카드가 은행에 흡수합병되면서 코스닥은 시장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우량주의 입성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올해 코스닥에는 기술력이 있고 재무구조도 우량하며 성장성 있는 '알짜기업'이 상당수 새로 발을 들여놓았다. 웹젠이 올해 새로 등록해 단순 주가 기준 최고가(12만6,000원)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7위를 지키고 있고, 세계 1위 MP3플레이어 업체인 레인콤도 최근 신규 등록해 대형 고가주 대열에 합류했다. 엄격한 등록심사 등으로 올해 코스닥 신규등록 기업은 67개사로 지난해(153개사)에 비해 56.2% 감소했지만 이들 종목의 주가상승률은 공모가 대비 평균 72.6%에 달한다.
주가 상승률 상위 기업에는 인터플렉스와 티에스엠텍 상화마이크로 탑엔지니어링 아모텍 파워로직스 등 휴대폰·2차전지·LCD·반도체 등 우량 IT(정보기술) 부품 소재주들이 대거 포진했다.
부품·M&A시장으로 재편중
부품 소재주 중심의 코스닥 재편은 IT분야뿐만 아니라 전통 굴뚝산업 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업황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조선(화인텍, 오리엔탈정공), 포크레인 등 중장비(진성티이씨, 한우티엔씨)와 자동차(코다코 케이씨더블류) 등 일부 제조업종의 부품업체들도 코스닥 '스타주'자리를 차지했다.
세계 경기가 호전되면서 프린터 부품주와 PCB(인쇄회로기판) 부품주들도 내년 상승랠리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증권 손범규 연구원은 "올 들어 우수한 업체들이 코스닥에 새롭게 편입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공동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너무 이르다"며 "오히려 부품주 중심 시장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 양극화와 경쟁 심화, 퇴출기준 강화에 따라 기업 매물이 크게 늘어나면서 내년 코스닥시장은 인수합병(M&A) 붐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업 인수를 노리는 사모펀드가 활성화하고 벤처캐피탈 등도 M&A펀드 결성에 잇따라 나서면서 인수합병 대상에 오르는 기업들의 주가는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M&A 과정에서 시세조종 및 불공정 거래 등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코스닥 체질 개선과 시장활성화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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