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의심 소가 발견된 미국 워싱턴주 쇠고기가 국내에 1만4,000톤이나 수입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국내 유통경로 파악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광우병 파동이 벌어지더라도 수입 쇠고기 검역과정에서는 광우병을 검사할 방법이 없는 상태이다.지역 원산지 파악 불가능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 대해서는 서류검사, 관능검사, 정밀검사 등 3단계의 검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해당 수입육이 정확히 미국의 어느 지역에서 사육됐는지는 알 수 없다. 서류검사는 수입 축산물에 첨부된 검역증을 토대로 이뤄지는데, 해당 수입육이 위생조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도축됐는지, 수입과정에서 금지구역을 경유했는지 정도만 서류로 파악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미국산 수입육 포장에는 소를 도축해 가공한 공장만 표시하고 있다"며 "미국의 도축장과 가공공장이 해당 지역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사육된 소를 처리하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산 쇠고기의 최종 원산지를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광우병 검사는 없어
수입쇠고기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광우병 감염여부를 조사할 방법도 없다. 검역 과정에서 포장을 뜯어내 육안으로 보는 관능검사와 의심스러운 제품을 수거 조사하는 정밀검사가 있지만 주로 사용 금지된 농약의 검출 여부, 호르몬이나 항생제 잔류량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
검역관계자는 "광우병 감염 테스트는 소의 뇌조직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수입 쇠고기에 대한 검역과정에서는 광우병 감염여부를 조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검역증을 토대로 한 추적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관계자는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이동비용이 만만치 않아 서부의 소를 중부지역 등에서 도축하는 일은 없다"며 "일정한 범위를 정해서 추적 작업을 벌이면 국내에 유통된 광우병 의심 소를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정 지역을 정확히 찍어내지는 못하지만 의심이 가는 2∼3개주는 선별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허술한 수입검역 강화해야
일부에서는 수입 쇠고기 검역체계의 문제점은 한국 쇠고기 시장을 공략하려는 미국 정부의 압력과도 관계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미국 축산업자들은 원산지까지 추가로 표시할 경우 원가 부담이 발생한다며, 미국 정부에 한국이나 일본 정부의 검역강화를 막아줄 것을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일본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방만한 미국산 쇠고기 검역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은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모든 쇠고기에 대해 원산지, 사육지, 도축지를 파악할 수 있는 '쇠고기 이력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무역마찰을 의식해 미국산 쇠고기에는 이런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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