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기원합니다."60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2년에 걸친 노력 끝에 성경의 첫 구절부터 마지막 대목까지 전체를 붓글씨로 옮겨 쓴 필사본(18권)을 크리스마스 이브에 완성했다.
강원 원주시 단구초등학교 김광기(62) 교장은 지난해 1월 1일 평소 취미 활동을 하던 붓글씨로 성경 전체를 써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올 크리스마스에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정해 모두 1,754쪽에 이르는 신·구약 성경에 담긴 140여만개의 글자를 매일 1,900자씩 쓰는 고행에 들어갔다.
김 교장은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오전 6시까지 1시간30분, 퇴근 후 1시간30분 등 매일 3시간 동안 성경 2∼3쪽을 가로 세로 각각 1.5㎝ 크기의 행서체로 옮겨 적었다. 출장을 떠나야 할 때에는 출장기간 만큼의 몇일 분을 미리 써놓는 등 시계의 톱니바퀴가 움직이듯 철두철미하게 작업을 진행시켰다.
그러한 '종이 위의 대장정'이 성탄 전야인 24일 성경 마지막장 요한계시록 21장 21절을 끝으로 종지부를 찍어 총 18권 분량의 필사본이 완성된 것이다. 김 교장은 그동안 팔꿈치가 까지고 손가락이 부어 오르는 등 신체적으로도 적지 않은 고역을 치렀다.
특이한 것은 그가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김 교장은 "아직 기독교를 믿지 않지만 그동안 성경을 3, 4회 읽으면서 그때마다 창조의 세계와 인간의 원리, 죄에 대한 두려움 등 많은 것을 느꼈다"며 "아기예수 탄생을 축복하고 사랑이 충만한 세상을 기원하기 위해 성경을 붓글씨로 썼다"고 동기를 밝혔다. 얼마 전에는 기독교 신자인 부인에게 그 시점까지 쓴 성경 필사본을 비단으로 싸 선물하기도 했다.
김 교장은 "먹을 갈고 붓글씨를 쓰는 것은 인생을 갈고 닦는 것과 같다"며 "성경 필사 작업 도중에 그만 두고 싶은 유혹에 많이 시달렸지만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백번의 훈화보다 한번의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주=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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