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 크기가 작아 강아지라고 부르지 열 살쯤 먹은 제법 늙은 개다. 가끔 이 개 때문에 걸려오는 전화가 있다. 동물병원에서 예방접종의 일정을 알려주는 전화다. 대개는 전화를 걸어 "거기 깜비 집이죠?" 이렇게 묻는다.그런데 얼마 전 동물병원 여직원이 바뀌었다. 아주 예의 바른 처녀다. 어쩌다 동물병원을 방문해 보면 나이는 어리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여간 예의 바르지 않다. 그 예의 바른 처녀는 우리집에 전화를 걸어 꼭 이렇게 말한다.
"거기 깜비 댁이죠?"
그러면 뭔가 조금 낯선 기분이 된다. 마치 개가 우리집의 가장이며 호주가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어제 예방 접종일을 알려주는 전화를 받고 개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개가 이런저런 검사와 주사를 맞는 동안 이 예의 바른 처녀는 내게 또 이렇게 말했다.
"깜비 아버님, 커피 한잔 드시겠어요?"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아빠라고 부르기도 뭐해서 그렇게 부른 모양인데, 차라리 그럴 땐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사장님'이 낫겠다. 집에 돌아와 나도 아내에게 그대로 해보았다.
"깜비 어머님, 커피 한 잔 하시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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