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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로 100회 무대 뮤지컬 "캣츠" 3인방/"한번 분장에 한시간… 고양이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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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로 100회 무대 뮤지컬 "캣츠" 3인방/"한번 분장에 한시간… 고양이 살려"

입력
2003.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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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극장 '빅탑'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캣츠'가 28일로 100회 공연을 맞는다. 낯선 한국 땅에서 외국 배우들이 100일 넘게 공연을 계속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 호주에서 온 3인의 배우를 만나 한국에서의 100일을 들어보았다.거스, 그로울 타이거, 버스터퍼 존스 역의 스캇 레드번

안녕하신가? 내 이름은 거스, 극장에 사는 고양이지. 왕년에 잘 나가던 배우 고양이였지만 세월이 흘러서 알아보는 사람은 없고, 하루하루 술로 지새고 있어. 손도 떨리고 목소리도 떨리지. 하지만 실제로는 잘 나가는 배우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내 이름으로 하는 코미디쇼가 있었어. 무려 9개월이나 공연했지. 9·11테러만 아니었어도 지금도 했을 거야.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은 사건은 역시 태풍 '매미'였지. 단번에 텐트가 날아가더군. 묵고 있던 호텔 유리창이 강풍으로 깨질 정도였고, 엘리베이터를 타던 동료들이 떨어질 뻔했다니까. 고양이 목숨이 아홉 개라도 삶과 죽음을 넘나든 부산에서의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거야. 근데 한국 사람들은 딱 8주 만에 완전히 복구해 내더군. 정말 놀라워. 대구에서는 카페에서 캣츠의 배우임을 알아본 젊은 두 여성이 'Hero'를 불러줬어. 그들과 좋은 친구가 되었지.

서울에서는 관광을 해. 사람들 앞에서 마술도 즐겨야지. 자, 기자 양반 잘 봐. 3대가 연극계에 몸담은 뼈대 있는 집안의 고양이니까. 50가지 목소리를 낼 수 있어. 부자인 버스터퍼 존스부터 거스가 전성기를 회상하는 극 중 극에서 그로울 타이거의 넉살 좋은 연기와 아리아까지 못하는 게 없어. 그런데 한국이니까 대사가 전달되지 않으니 힘들어. 그래서 김치를 안 먹고 고양이 밥 먹고 있지.(웃음)

럼블티저 역의 사라 보든과 몽고메리 역의 마크햄 개넌

우리는 도둑 고양이에요. 연인은 아니고, 서로 좋아하는 감정은 있지만 틴에이저의 철없는 역할이죠. 럼블티저는 일본에서 9개월 있어 봤어요. 도쿄디즈니랜드에서 멋있는 신데렐라 역이었죠. 호주에서도 '캣츠'의 다른 역을 해 봤구요. 한국도 정말 재미있어요. 그 무서운 태풍만 아니었으면 말이죠. 저도 부산을 정말 잊지 못할 거예요. 해변을 거닐고 인근의 도시를 찾아 다니며 쇼핑을 한답니다.

몽고메리는 고양이들이 기억에 남아요. 호주 고양이는 영어로 말하죠.(웃음) 저는 고양이를 키우는데 호주에서는 거리에 정말 고양이가 많아요. 호주는 집에 마당이 커서 먹이를 주면 고양이가 많이 모이는데 한국은 아파트가 많아서 그런지 안 그러네요.

수원이 기억에 남는 도시예요. 호주에서 캣츠, 미녀와 야수, 싱 잉 인더 레인 등 많은 뮤지컬을 해 봤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이렇게 열광적인 공연은 이제껏 본 적이 없어요. 많은 절과 공원도 아름다워 시간이 나면 들르곤 합니다. 또 재래시장의 활기차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은 잊지 못할 겁니다.

뮤지컬 이야기를 빠뜨렸네요. '캣츠'의 배우는 쉬워 보이지만 노래, 춤 뿐만 아니라 체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해요. 춤이 많은 뮤지컬이죠. 한 번 분장만도 1시간이 족히 걸리니 정말 고양이를 혹사시키는 뮤지컬이네요.

공연은 내년 2월15일까지 서울 잠실주경기장 내 텐트극장 '빅탑'에서. (02)501―7888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사진=류효진기자

● 한국… 잊을수 없는 추억

태풍 호주에서는 사이클론(태풍)의 무서움을 느낄 일이 별로 없다. 1974년 사이클론이 이 정도였다. 호주의 젊은 배우들은 아마 한국 공연을 와서 처음 이런 강풍을 겪어봤을 것.

열정 공항에 도착했는데 팬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더라. 공연도 다른 나라보다 열광적이다. 잊지 못할 일이었다. 또 8주 만에 날아간 극장을 복구한 한국인의 성실성도 인상적이다.

음식 처음에는 일본과 비슷할 줄 알았는데 정말 달랐다. 한국 음식이 훨씬 맵고 강하다. 사람들도 음식만큼 다르다. 호주에 돌아가면 한국이 일본과 다른 점을 꼭 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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