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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도 아닌 열광도 없는 "효리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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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도 아닌 열광도 없는 "효리 신드롬"

입력
2003.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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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는 한 시상식에서 '최고의 가수'(서울가요대상)로 뽑힌 동시에 또 다른 시상식에서는 '최악의 가수'(딴따라 워스트 어워드)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호오(好惡)가 확연히 갈리는 2003년 연예계의 가장 논쟁적 스타임에 틀림없다. 이효리 신드롬은 그 양상이 특이하다. 지금까지 연예인에 대해 '신드롬'이라 할 만한 반응은 팬덤(fandom) 혹은 안티(anti)였다. 하지만 이효리는 다르다. '우리 언니는 내가 지킨다'는 식의 극렬한 팬의식도, 문희준이 그랬듯 악의에 가득 찬 안티팬도 두드러지지 않는다.하지만 이효리가 '스포츠 신문이 만들어낸 거품 스타'인 것만은 아니다. 그가 TV에 나오면 시청률이 올라간다. 11월30일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 열린 제2회 MBC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이효리가 나온 축하무대의시청률은 29.8%(TNS)로 행사의 주인공인 영화배우가 등장할 때보다 10%나 높게 나왔다. 그의 기사를 쓰면 스포츠신문의 가두 판매가 평균10% 이상 상승한다고 한다. 이효리가 모델로 등장한 델몬트 망고쥬스는 9개월 만에 2억 캔이 팔렸다. 이효리가 육감적으로 엉덩이를 '흔들∼ 흔들∼' 하는 망고춤을 추며 등장한 CF가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섹시함'이 그의 인기를 완전히 설명해 주진 못한다. 진정한 그의 인기는 섹시하면서도 어딘지 털털한 야누스적 매력에서 비롯한다.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다른 여성 연예인과 달리 예쁜 척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망가지면서 던지는 편안한 느낌, 약간의 촌스러움을 겸해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적당한 거리감 등이 갖는 묘한 흡인력이다.

물론 가수로서 그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다. 음반 판매량은 겨우 10만장을 넘었다. 하지만 "노래도 못 하면서 무슨 가수냐"고 3류 취급할 수는 없다. 그는 가수라기보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엔터테이너형'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종합일간지 가운데 그와 인터뷰한 신문은 없다. 그는 인터뷰에는 응하는 대신 그 시간에 끊임없이 TV에 출연해 춤추고 노래하고 잡담을 나눴다. 인기가 칫솟으면 TV 출연을 자제하며 '값 올리기'에 나서는 다른 연예인과 달리 그는 'TV용 연예인'으로서 끝까지 소임을 다한다. 스캔들을 꺼려 말을 아끼는 스타들과 달리 그는 연예기자가 들으면 귀가 솔깃할 말만 골라서 했다. 스포츠신문은 가슴 성형에서 배꼽 성형에 이르기까지 그의 몸을 조각조각 내서 다뤘고 남자 친구와의 첫 키스, 노상방뇨의 추억까지 적나라하게 썼다.

그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을 '적당히' 지녔다. 노래, 춤, 연기력, 재치, 외모까지 떼어 놓고 보면 '1급'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여러 가지 2급 재료가 함께 어울려 1급 이상의 종합판으로 만들어진다. 덕분에 어떤 TV 프로그램과도 그는 무난하게 어울린다. 그를 우리시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그러나 올 한 해 그는 우리 대중문화의 키워드였다. 그저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줄 연예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효리는 그것을 채워주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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