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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앞서 불법체류자 인권 고려를"/ 이주노동자 12년째 돕는 마리아 수녀 "단속피해 자살하는 사람들 더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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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앞서 불법체류자 인권 고려를"/ 이주노동자 12년째 돕는 마리아 수녀 "단속피해 자살하는 사람들 더 없어야"

입력
2003.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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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입니다."서울 보문동에 위치한 이주노동자 쉼터 '베다니의 집'에서 만난 벽안의 마리아 파고아(41·사진) 수녀는 유창한 한국말로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성탄의 축복이 골고루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1992년 모국 폴란드에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한국으로 건너 온 그에게 이번 크리스마스가 한국에서의 12번째여서 낯설지 않지만 올해는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자신이 일하고 있는 쉼터를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더 힘들어진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법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아 가슴이 아픕니다."

마리아 수녀는 한국에서의 봉사활동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작년 6월 쉼터를 찾았던 러시아인 노동자 앤서니를 간병했던 일이었다고 했다. 뺑소니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잃고 쉼터를 찾아 온 앤서니는 보상을 받을 길이 없어 의족도 없이 6개월이나 쉼터에서 머물러야 했다. 마리아 수녀는 "800만원이나 하는 치료비를 구할 길 없어 여기저기 도움을 청해 간신히 의족을 해줬었다"며 "출국을 앞두고 병상에서 가슴앓이를 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하루 4∼6명씩 찾아오는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를 당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담하고 간병하는 일을 하고 있는 마리아 수녀는 "불법체류자 문제로 고심하는 한국정부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법보다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는 그들의 인권이 아니냐"며 "더 이상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자살이라는 극한 선택을 하는 이들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아 수녀는 "앞으로도 상처 받은 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 할 생각"이라며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는 베트남과 남미 노동자들과 함께 기도하며 조용히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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