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얼굴을 마주보며 통화할 수 있는 제3세대 이동통신인 WCDMA의 상용 서비스가 29일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서비스 개시를 닷새 앞둔 상황에서도 단말기가 보급되지 않은 데다 요금조차 제대로 결정되지 않아 정보통신부와 통신업체 모두 '연내 실시' 일정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WCDMA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F는 24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초청, WCDMA 시연행사를 가졌다. 차량이동 중에도 별다른 끊김현상 없이 화상 통화가 가능했고, 음성 통화의 질이나 데이터 수신도 비교적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서비스 가능지역이 극히 제한돼 KTF는 서울과 수도권 8개 도시, SK텔레콤은 아예 서울에만 각각 통화가 가능했다. 음성통화요금은 10초당 약 18원으로 결정됐지만, 화상요금은 현재까지 정통부와 사업자간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조한 휴대폰 단말기는 가격만 70만∼100만원대(보조금 제외)에 달하고, 그나마 아직 보급도 되지 않아 일반 대리점에서는 구입할 수 없다. SK텔레콤과 KTF측은 "단말기 대량보급은 빨라야 내년 3월께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9일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소비자들은 전혀 이용할 수 없는 서비스가 된 셈이다.
이처럼 WCDMA 서비스가 졸속으로 시작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시장성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 기존 CDMA 휴대폰의 기능향상과 앞으로 등장할 휴대인터넷 서비스 등을 감안할 때 화상전화나 초고속데이터서비스만을 위해 값비싼 단말기를 구입할 이용자가 얼마나 될 것이냐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WCDMA가 차세대 주력 이동통신서비스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업체들로선 불투명한 WCDMA에 투자를 망설일 수 밖에 없고, 정통부 역시 억지로 밀어붙일 수 있는 입장은 아니어서 양쪽 모두 그저 '연내 시행' 약속을 지키는 시늉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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