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깊었던 만큼 제대로 해야죠."24일 오전 경기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퇴계원(36.3㎞) 4공구 사패산 터널 공사현장. 10m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짙은 안개가 낀 현장엔 중장비가 토해내는 "윙∼"하는 굉음만이 겨울 산의 적막을 찢고 있었다.
2년 1개월 만에 사패산 터널 공사를 재개한 첫날, 안개 속에 파묻힌 인부 10여명은 2.4m의 울타리 말뚝을 박느라 여념이 없었다. 두 해 넘게 버틴 10m짜리 망루가 쓰러진 자리에서 대형 굴삭기 2대가 잔해와 쓰레기, 흙과 잡목을 긁어 부지런히 15톤 덤프트럭에 싣고 있었다. 야산 산등성이엔 불도저의 땅 고르기 작업이 한창이다.
사업시행자인 서울고속도로(주) 직원들과 인부들은 하나같이 "꿈 같다"며 공사 재개를 반기면서도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공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덤프트럭 운전사 오병렬(56)씨는 "경기도 안 좋은데 일거리가 생겨 좋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창구 사업관리부장은 "매일 8억원씩 모두 5,400억원을 땅에 버린 셈"이라며 "울타리 설치, 땅 고르기 등 정리작업을 하는데 3일 정도 걸리고 동절기라 본격적인 토목공사는 내년 2월께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직 긴장된 분위기도 엿볼 수 있었다. 39번 국도 사패산 주변엔 경찰 2개 중대 240여명이 공사장과 통하는 길을 지키고 입구엔 출입차량마다 두 차례 검문을 했다. 사설경비업체 직원 30여명도 공사장을 빙 둘러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공사장 인근 울대리, 부곡리 주민들과 공사재개 투쟁을 벌였던 의정부 주민들은 들뜬 분위기였다. 울대리에 사는 한 노인(72)은 "더 이상 싸움 안하고 길 뚫리면 사람들이 몰리니까 발전하겠지" 하곤 속내를 비쳤다. 의정부 김진환(66)씨는 "님비라 해도 상관없지만 의정부도 고속도로가 들어오니 일산까지 20분이면 연결되는 등 교통체증이 해소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공사 반대의 선봉에 섰던 의정부 비구니 사찰 회룡사는 침울했다. 스님들은 절을 비우고 서울 모처에서 긴급대책회의를 가졌다. 법현 스님은 "부처님의 자비로 생명을 보호하겠다고 나섰는데 기도가 부족했다"며 "격분하는 어른들도 있지만 유구무언"이라고 울먹였다.
/양주=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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