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는 게 돈 버는 거죠." 대중음악 관계자의 한숨이 깊어진 한 해였다. 음반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고 가수는 부업을 찾아 나섰다. 온라인 음악 유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갈등이 격화해 벅스뮤직, 소리바다 등 인터넷 무료음악서비스업체와 음반사 간의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고난 속에서 강하게 단련된 한 해이기도 했다. TV 출연에 치중하던 가수들이 공연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등 '실력 키우기'만이 길이라는 인식이 넓게 퍼졌다.음반시장 반토막
100만장은커녕 50만장 이상 팔린 음반이 없다. 과거 '밀리언셀러 가수'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김건모, 조성모 등이 연초 잇따라 음반을 내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48만장(김건모 8집) 42만장(이수영 5집) 39만장(조성모 5집)에 그쳤다. 2001년 3,700억원, 지난해 2,800억원을 기록한 음반판매액은 1,5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대 5,000억원 가까웠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가수들은 본업인 노래를 접고 다른 길 찾기에 나섰다. 성유리, 이현우, 비, 성시경, 마야 등은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 외도에 나섰다. 쥬얼리의 박정아, 피플크루의 MC 몽 등은 오락 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해 얼굴을 알리고 CF계에 진출해 수입을 올렸다.
온라인 시장 뜨거워
오프라인 시장은 침체를 거듭했지만 mp3플레이어의 대중화, 휴대폰 컬러링 시장 확대 등으로 온라인 음악시장은 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제 음반 판매보다 음원 판매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음반사는 자체적으로 음악 사이트를 열고 온라인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소송도 줄을 이었다. 2월 수원지법은 음반제작사 연합이 소리바다 운영자를 상대로 낸 서버운영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9월 서울지법은 음반사가 벅스뮤직을 상대로 낸 1만여 곡에 대한 서비스 중지 가처분신청을 받아 들였다. 최근에도 한국음반산업협회가 소리바다로 음악파일을 내려 받은 이용자 50명을 고소하는 등 법정 다툼은 내년에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흑인음악 강세, 팝스타 줄줄이 내한
올해는 흑인음악이 강세를 보였다. 돌풍의 주역은 양현석이 이끄는 YG패밀리. 빅마마, 휘성, 세븐 등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가수들이었다. 팝계도 마찬가지. 10월 초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100의 10위권을 모두 흑인음악이 휩쓸었다. 국내에서도 메리 J 블라이즈, 50센트, 비욘세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해외 팝스타의 내한도 줄을 이었다. 한물 간 스타가 아닌 브리트니 스피어스, 에이브릴 라빈, 린킨 파크 등 인기정상의 스타와 머라이어 캐리, 림프 비즈킷, 마릴린 맨슨 등 대형 팝 스타가 한국을 찾았다. 그만큼 우리 음악시장이 풍성해졌다는 이야기지만 무조건 데려오고 보자는 식으로 공연을 추진했다가 큰 손해를 본 기획사도 많았다.
희망은 있다
악조건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 가요시장은 공연 위주로 재편됐다. 콘서트가 부쩍 늘어나 12월 한 달에만 100여 공연이 열렸다. 일년에 한 번 음반 내고 몇 번 TV 출연하는 것으로 가수의 소임을 다했다는 생각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가수는 무대 위에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8월 4만5,000여 관객 앞에서 성대하게 치러진 조용필의 35주년 기념콘서트도 공연사의 새 장을 열었다. 1조원의 가치를 지녔다는 보아의 활약도 희망을 안겨줬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문화남벌(南伐)' 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일본 열도를 평정한 그는 문화 수출 성공의 선례가 됐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