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전용일씨 고국품으로

■ 전씨 일문일답24일 인천공항으로 귀환한 전용일씨는 "한국을 위해 50년간 복무해왔다"며 "말년에 한국에 와서 살게 돼 기쁘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50년 만에 고향 땅을 밟은 소감은.

"50년간 한국만을 생각하고 살았으며 한국 땅에 돌아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한국 정부에 감사하며 이렇게 인생 말년에 한국에 왔으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겠다."

-중국 공안당국에 잡혀갔을 때의 심정은.

"나는 철저하게 한국군에 복무해왔다. 한국을 가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주중한국대사관에서 미온적 태도를 취했다는데.

"내 기분이야 그랬지만 끝까지 한국에 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고 대사관에 되풀이해 주장했다."

-북한에서의 생활은.

"그거야, 어떻게 다 말하겠나."

한편 전씨와 함께 입국한 최응희(67·여)씨는 "중국에서 10월에 전씨와 만났으며 여기(한국)에서 같이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천=강철원기자

■ 전씨의 지난50년

국군포로 전용일씨가 24일 50년4개월 만에 '생(生)을 두고 잊지 못한' 고국의 품에 안겼다. 조국은 전사 처리에 이어 그를 또 한번 사지로 내몰 뻔했지만 전씨는 조국의 땅을 밟았다는 사실 하나로 정부의 무관심 속에 중국을 떠돌며 겪은 갖은 우여곡절을 모두 씻은 듯 했다.

26일 서울에서 전씨와 상봉하는 누나 연옥(78), 남동생 수일(64),여동생 분일(58)씨 등 형제들도 감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전씨의 고향 경북 영천에 사는 수일씨는 "꿈인가 생시인가"라고 눈시울을 붉히다 "28일 막내딸의 결혼식에 형님을 모실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1953년 7월 강원 김화군에서 포로가 된 전씨는 탄광 근로자 등 "말로 다 할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했다. 지난 5월 탈북을 감행했지만 고향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정부의 직무유기에 가까운 무성의로 도리어 상처만 깊어졌다. 전씨 가족에게도 "전씨를 만나게 해준다"며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접근했다. 국방부는 6월 전씨가 국군포로임을 확인했지만 묵살했고, 9월에는 주중 한국 대사관을 통한 전씨의 구명요청에 '국군포로 명단에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회신까지 보냈다. 이 와중에 함께 탈북한 아들이 8월 북송돼 또 한번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막바지에 몰린 전씨는 지난달 13일 중국 항저우(杭州) 공항에서 위조여권을 가지고 한국 입국을 시도하다 체포, 강제 북송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그제서야 송환에 총력을 기울였고, 국군 6사단 19연대 3대대 2중대 2소대 전 일병(군번 0676968)은 억류 41일만인 지난 16일 중국 정부의 생환 약속을 듣고 굵은 눈물을 흘렸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 보상은 얼마나

탈북 국군포로 전용일씨에게는 밀린 봉급과 정착지원금 등 명목으로 최소 4억여원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제정된 '국군포로 대우 등에 관한 법률'에는 간부와 달리 연금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병사의 경우 입대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하사로 특례 임용해 하사 4호봉에 해당하는 보수와 군인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돼있다.

전씨는 강원도 금화지구전투에서 북한군에 포로로 잡힌 53년 7월 당시 계급이 일병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소 하사로 특진돼 하사 4호봉 기준으로 밀린 봉급 2억2,000여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여기에 퇴역연금 일시불 9,000만원(매달 연금으로 받게 되면 퇴역수당 2,200만원에 월 60만원)과 20평형 규모의 아파트 구매가격으로 환산한 주택지원금 1억1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정착지역이나 포로기간에 따라 지원금 액수는 늘어나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전씨가 제공한 정보나 지참장비의 활용가치에 따라 특별지원금과 보로금 명목으로 최대 2억5,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귀환한 국군포로 33명 가운데 12명이 보국훈장 통일장을 비롯한 각종훈장을 추서받은 전례에 비춰 전씨도 훈장을 받을 수도 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