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은 겉보기는 정부가 1주일 전 발표한 파병안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당초 파병부대가 재건지원과 자체경계만 하고 치안임무는 맡지 않는다고 강조했던 정부는 치안유지 활동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슬그머니 밝혔다. 처음부터 뻔한 일을 아니라고 우기며 국민을 현혹시킨 것을 스스로 확인한 셈이다.어차피 대규모 파병을 하는 마당에 구태여 임무를 따질 게 있냐고 할지 모른다. 또 게릴라전 양상의 테러공격이 빈발하는 곳에서 자체경계만 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가 공표한 파병안과 국회에 제시한 파병동의안의 중심이 재건지원에서 치안유지로 바뀐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여론 설득과 무마를 위해 불가피했더라도, 해외파병의 명분과 성격을 이렇게 어물쩍 뒤바꾸는 것은 제대로 된 나라라면 생각할 수 없다.
정부는 여전히 재건지원을 내세우지만, 기반시설이 폐허화하고 게릴라전이 벌어지는 곳에서 1,000명 미만의 야전공병이 할 일부터 많지 않을 것이다. 전투병력도 주민 선무 등에 신경 쓸 겨를 없이 치안확보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미군을 대신해 저항세력을 평정하는 역할을 떠맡아 인명손실과 국가 이미지 손상 등이 뒤따를 것이 걱정된다.
파병부대가 키르쿠크시뿐 아니라 경기도 넓이에 인구 100만명에 이르는 아타민주 전체를 책임진다는 것은 우려를 한층 크게 한다. 2개 특전여단으로는 감당하기 힘겨워 머지않아 다시 추가파병이 거론될 수 있다. 베트남전 때와 비슷한 양상의 깊숙한 개입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이 파병 동의권을 위임한 국회는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이익을 지키는 선택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파병부대의 성격과 임무부터 분명하게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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