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의 대표적 초상화를 모은 대형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3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위대한 얼굴―한·중·일 초상화 대전'은 옛 동아시아인의 얼굴을 한 자리에서 비교, 감상해 볼 수 있는 기회다. 한국 초상화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18세기 선비 윤두서의 '자화상'을 비롯한 3국 인물화 100여 점과 그림에 나타난 복식 유물 등 50여 점의 자료가 나왔다.국보 240호인 윤두서(1668∼1715)의 자화상은 강렬하고 극적인 묘사로 한국 초상화의 백미로 꼽힌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고집스러운 인상, 강건한 남성적 면모가 박진감 있게 표현됐다. 하지만 눈 둘레에 불그레하게 눌린 안경 자국과 눈가의 어두운 그림자는 순탄치 않았던 자신의 인생 역정과 위엄 뒤에 숨은 인자함을 보여주고 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윤두서 자화상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전시는 값지다.
이 밖에 한국의 초상화로는 조선 태종 때 영의정을 지낸 최덕지 초상(보물 594호), 주세붕의 7대손 주도복 초상, 대원군 이하응 초상과 고종, 순종의 어진 등 36점이 나왔다.
전시를 주최한 아주문물학회(대표 전윤수)는 특히 조선 중종 때 제작된 인물화첩 '역대도상화첩'(歷代圖像畵帖)도 새로 제작, 공개해 관심을 끈다. '역대도상화첩'은 중국 고대신화의 인물 반고(盤古)에서 명 나라까지의 위인 220명과 최치원, 안향, 정몽주, 김시습 등 4명의 초상을 4권의 책에 그린 화첩이다. 전윤수 대표는 "원본은 남아있지 않고 조선 후기 궁중에서 쓰던 임모본이 남아 전해온 것을 새로 출판했다"고 말했다.
중국 초상화는 국내 개인 소장가들과 대만에서 출품한 명·청대 작품 56점이 나온다. 청 말 제작된 '왕씨선세초상'(汪氏先世肖像)은 중국 초상화만의 독특한 형식을 보여준다. 왕씨 집안 선후대 남자 7명, 여자 8명의 군상을 그린 집단 초상화다. 복식과 장신구로 시대 문물을 엿볼 수 있는 부부 초상이 많은 것도 중국 초상화의 특징이다. 지난해 열려 큰 화제를 모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중국 초상화전이 역대 황제의 초상 위주였다면, 이번 전시는 고관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보다 다양한 인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 초상화가 단순하고도 검박한 격조미, 중국 초상화가 다양한 양식의 화려함을 자랑한다면 일본 초상화는 극적인 변형과 과장된 형식이 두드러진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도와 다이묘(大名)가 된 16세기 인물 구로다 조스이(黑田如水)가 평상복을 입고 정좌한 모습의 초상화가 대표적이다. 후쿠오카박물관, 나가사키박물관 등이 소장한 국보급 작품 10점이 선보인다. 전시는 내년 3월14일까지. (02)730―4931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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