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조류독감(鳥類毒感)'은 글자 그대로 새만 걸리는 독감이며, 인체에는 사실상 위험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국립수의과학 검역원 김재홍 조류질병과장은 23일 "조류 독감이 발생하더라도 두드러진 피해가 발생하는 새 종류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김 과장에 따르면 감염됐을 때 3∼4일내에 집단 폐사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독감에 약한 것은 닭과 칠면조 뿐이다. 오리 같은 종류는 감염이 돼도 산란율이 조금 떨어질 뿐 생존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조류독감에 걸린 오리를 도살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오리를 매개로 독감이 닭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다.
역학조사 결과 충북 음성 등에서 독감에 걸린 오리의 배설물에 노출된 닭들이 집단 폐사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으로도 아직 조류독감의 확실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염색체 배열에 따라 총 135개의 변종이 존재하는데, 변종이 너무 많아 백신 개발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류독감은 대부분 인체에 무해하며, 아주 특별한 환경에서 일부 변종 바이러스만이 인간에 감염돼 생명을 앗아갈 뿐이다. 현재까지 조류독감으로 사람이 죽은 경우는 1997년 홍콩 생닭 시장에서 일하던 종업원 6명이 사망한 것이 최초 사례이다. 이후에는 네덜란드 수의사 1명이 추가로 발병해 사망한 것이 유일하다.
역학 조사결과 이들은 모두 직업상 조류의 깃털이나 분비물 등에 직접 노출돼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공기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오리나 닭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일반인들은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아예 없으며, 설혹 노출된다고 하더라도 독감이 발병할 가능성은 전무한 셈이다.
닭과 오리, 혹은 달걀 등을 먹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섭씨 70도에서 30분, 75도에서는 5분, 80분에서는 1분 이상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00도 이상인 펄펄 끓는 물로 조리하는 찜닭이나 통닭 등은 안전하다. 또 독감 바이러스는 고기가 아니라 배설물에만 존재하므로, 설혹 덜 익은 고기를 먹더라도 인체에 바이러스가 유입되지는 않는다.
독감 바이러스는 달걀이나 오리알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요컨대 열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날달걀을 먹더라도 문제가 없다. 게다가 조류독감에 걸린 닭은 곧바로 폐사하므로, 원천적으로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 낳은 달걀은 존재할 수가 없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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