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와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순환외곽 도로 사패산 구간 터널공사 문제가 새로운 전기를 맞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22일 합천 해인사로 조계종 법전 종정을 방문해 불교계의 협조를 요청한 끝에 그로부터 협조동의를 얻어냈다.사패산 터널 문제를 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터널공사 중단과 새로운 대안의 우회도로 건설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개발과 보전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부는 해인사를 찾아간 심정을 갖고 환경단체와의 대화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패산 터널 문제는 정치·종교·환경문제가 한데 뒤엉켜 공사가 중단된 국책사업의 딜레마다. 환경단체는 터널공사가 북한산 국립공원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불교계는 사찰의 수행환경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거센 반대운동을 벌여 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작년 대선공약으로 터널공사 백지화를 제시함으로써 정부가 공사를 계속할 명분마저 잃어버렸던 것이다.
사패산 터널 문제는 우리 정치 지도자와 정부에게 뼈아픈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는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수도권의 집중현상은 계속돼 환경보전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반면에 생태환경 보전에 대한 욕구는 젊은 세대로부터 강하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추세를 예측하고 계획단계에서 환경성 평가를 전향적으로 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패산 문제와 같은 유사한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아울러 정치 지도자도 정확하게 타당성을 검증하지 않고 쏟아 놓은 국토관리 공약이 초래할 혼선과 낭비를 생각해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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