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제발 살려주세요."23일 조류독감 회오리에 휘말린 전남지역 오리 농가는 할말을 잃었다. 시간이 갈수록 세력이 커지는 '조류독감 핵폭풍'이 이 지역 오리농가를 초토화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오리 농가들은 "자식 같은 오리를 죽여야 할 지 살려야 할 지 모르겠다"며 조류독감 확산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조류독감 의심신고가 추가로 접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무안과 순천지역 오리 농가들은 '조류독감 쇼크'로 일손을 잡지 못했다. 의심신고 농장으로 통하는 간선도로를 비롯한 모든 도로에는 삼엄한 차량통제와 소독이 실시돼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특히 의심지역 일대 농장들은 '차량 및 사람 통행금지'라는 팻말이 내걸린 채 문이 굳게 잠겨 대낮인데도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순천시 서면에서 오리 1만6,000마리를 키우고 있는 오기문(51)씨는 "보름 전에 오리 새끼를 입식했는데 조류독감이 몰아쳐 살아남을 수 있을 지 걱정"이라며 "조류독감의 기세가 워낙 거세 대부분 농가들이 자포자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남지역 오리사육 규모는 2,319개 농가 382만여 마리로 전국의 절반(48%)을 차지하고 있다. 조류독감이 확산되면서 오리 농가는 물론 오리농장 인근 주민들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조류독감의 진원지인 충북 천안의 H원종부화장에서 새끼오리를 공급 받은 농가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며 불똥이 자신에게도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 문제의 H원종부화장에서 오리를 건네 받은 전남지역 농가는 14개 시·군 62곳으로 감염우려를 사고 있는 오리만도 83만 마리에 달한다.
오리 1만4,000마리를 사육하는 장형문(33·무안군 현경면)씨도 "하루에도 열차례 이상 축사소독을 실시하고 있지만 조류독감에 언제 감염될 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더구나 조류독감 확산 방지를 위해 외부출입까지 차단당하고 있어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남도 축산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조류독감이 확산되면서 불안해 하고 있는 오리 농가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특히 조류독감 위험지역 내 농민들의 감염공포는 극에 달해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행정당국의 오락가락하는 조류독감 감염 의심 오리 현황과 보여주기식 방역작업도 농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나주시 산포면 김모(40)씨는 "방역당국이 감염경로도 밝혀내지 못하고 감염이 의심되는 오리도 제대로 파악 못하면서 무작정 '소독세례'만 퍼붓고 있어 농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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