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무차별 고발'에 나설 태세다. 한나라당은 23일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이 이회창 후보에게 제기했던 '병풍 조작사건', '최규선씨 20만 달러 수수의혹', '기양건설 자금 수수의혹' 등 세 건에 대해 "배후를 가려달라"며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과 일부 각료를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고, 심지어 "선관위가 노 대통령의 노사모 집회 발언을 조사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선관위를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발하는 게 능사냐고 따지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의 편파성을 문제 삼으면서 '특검 만능'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나라당의 '고발 남발'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도 대선자금 수사를 맡고 있는 유재만 대검 중수부 2과장이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근무를 했기에 정치색이 짙다며 교체를 요구했다. 검찰수사가 어제 오늘 시작된 것도 아닌데 이제 와서 수사 검사의 중립성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밖에서 한나라당을 '딴나라당'이라고 부르는 것을 듣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이런 한나라당이 "진상을 가려달라"며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줄줄이 검찰에 가져가려는 모습은 우스꽝스럽다. 수사는 검찰에 맡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며 압력성 공세를 계속하는 것은 "검찰수사는 꼭 우리에게 유리해야 한다"는 편의주의의 극치로 보인다. 정치현안에 관한 한 검찰과 선을 긋든지, 아니면 그만 입을 닫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든지 어느 한 쪽을 택하는 것이 원내 1당의 체통과 일관성을 지키는 길이 아닐까.
유성식 정치부 차장대우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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