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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영화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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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영화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그대에게

입력
2003.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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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텔레비전으로 언뜻 영화제 행사를 보았습니다. 정말 대단하더군요. 식장도 화려하고 무대도 화려하고 거기 모인 사람들도 화려해서 정말 눈이 부셨습니다.그러다가 문득 그대들의 화려한 모습 위로 몇 년 전 스크린쿼터를 사수하기 위해 더러는 흑단 같은 머리를 삭발하고, 또 더러는 사슬을 온몸에 감고 절박한 모습으로 시위를 하던 얼굴들이 겹쳐졌습니다

며칠 후에야 그날 당신들 몸이 어느 한 사람 예외 없이 나 같은 사람들로서는 이름도 모를 고가의 외국 명품으로 치장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요. 영화제 행사는 영화를 홍보하고 자축하고 또한 그대들의 옷맵시를 보여주는 돈 노름인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그대들이 그런 자리에 나가 입을 만한 옷도 없는, 문화적으로 매우 헐벗은 나라이지요. 그래서 그런 형편밖에 안 되는 입장의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스크린쿼터는 더욱 굳건하게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 한편 그대들의 인기와 명성의 격에 맞게 외제 승용차와 외제 명품 의상들, 명품 치장들 당연히 걸쳐야겠지요. 그래야 그대들이 더욱 더 신명을 바쳐 우리의 문화를 지킬 테니까. 행동들을 좀 더 생각 있게 하자는 뜻입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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