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부실의 소용돌이 속으로 우량주들이 속속 빨려 들어가고 있다.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의 자본확충에 따른 부담이 LG그룹주에 이어 삼성그룹 및 신세계,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년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그 동안 상승 무드를 타며 잘 나가던 대형 우량주들조차 카드 증자 부담에 상승세가 주춤거리고 있다.LG이어 삼성전자·전기 발목
이미 LG카드 유동성 위기 및 자금 지원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LG 계열주들은 LG화학과 전자를 중심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반면 삼성과 현대차 계열주들은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변수에 상승세가 꺾였다.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이 합병 후 1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하자 삼성카드 주주인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물산 등 계열사와 신세계 주가는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삼성전자의 부담은 그다지 크지 않은 반면 최근 수익성 저하로 고민하고 있는 삼성전기에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CLSA증권은 "삼성전자는 삼성카드 지분 56%와 삼성캐피탈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어 증자 때 6,200억원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이 한자리 숫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미 주가에 거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HSBC는 "삼성카드가 LG카드와 비슷한 자산 규모를 갖고 있다"며 "증자에 따른 삼성전기의 수익성과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클 것이며 핵심사업분야의 개선이 미흡한 상황에서 삼성카드 증자 대금 조달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내수 회복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탔던 신세계도 삼성카드 부실에 따른 간접 영향을 받고 있다. 동원증권 송계선 연구원은 "삼성카드 증자 참여(지분율 2.6%, 최대 260억원)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증자 참여로 신세계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13.57%)의 가치 하락도 예상되는 등 주가에 심리적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도 영향권 속으로
증권가는 "LG·삼성카드 다음은 현대카드"라며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대해서도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않고 있다. 내년 자동차 경기 회복 기대를 타고 5만원선을 넘었던 현대차 주가는 카드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최근 4만8,000대에서 조정받고 있다. CLSA는 "카드는 일개 그룹차원이 아닌 산업 전반적 문제"라며 다음 자본 재확충 '타자'로 현대카드를 지목하고 관련 주식 투자에 신중을 기할 것을 조언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현대차에 대한 카드 증자 우려는 과도하다"며 내년 소비회복 전망을 감안해 카드사 우려에 따른 주가 약세를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우량주 경우 매수기회일수도
연말 투자자들은 이미 카드사에 출자해 지분을 갖고 있거나 추가 증자에 참여할 예정인 기업들의 주가흐름과 증자에 따른 손익 계산을 잘 따져봐야 한다.
카드 부담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지만 올해 1차 카드사 자본확충(증자) 이후 삼성 계열주와 현대차 계열주의 주가흐름을 보면 '위기는 기회'라는 역발상 투자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증자 발표 당시 급락했던 주가는 해당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면 이내 제자리를 회복하는 강한 복원력을 보였다. 결국 내년 경기회복에 따른 수익성 호전 정도가 카드에 발목 잡힌 기업의 주가흐름과 투자 타이밍을 결정할 전망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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