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무(42·사진) 뉴브리지코리아 사장이 이끄는 뉴브리지캐피탈은 올 하반기 LG와의 표대결 끝에 하나로통신 경영권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에는 LG카드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제일은행을 인수, 은행 해외매각의 첫 사례를 장식했던 뉴브리지는 지금도 국내 금융이나 통신분야 투자 확대를 가장 활발하게 모색하는 외국계 펀드 중 하나이다.변호사 출신으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불리는 박 사장은 최근 금융감독위원회를 방문, LG카드를 단독으로 인수해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전한 뒤 한국 금융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모기업인 미국 텍사스 퍼시픽그룹을 포함하면 운용자산 규모가 150억달러에 달하는 뉴브리지 입장에선 구조조정 필요성과 성장 가능성을 함께 지닌 한국이 가장 군침 도는 시장일 수 밖에 없다.
올해 한국 시장, 특히 금융산업을 휩쓴 외국계 펀드는 뉴브리지만이 아니다. 역시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고, 현재 진행 중인 한미은행과 LG카드 인수전에도 세계 유수의 은행과 외국 펀드들이 총출동한 상태이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금융기관을 외국인들이 싹쓸이해가면서 국내 은행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점유율(총자산 기준)이 30%로 높아지자 '금융주권' 상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관치금융 해소, 선진금융기법 전수 등 외자 유치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국가경제의 심장역할을 하는 은행을 줄줄이 외국인에게 내주는 것은 국가 전략과 경제 정책의 포기나 다름없다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기류를 타고 최근엔 외국인 방어를 위한 '토종펀드' 육성론이 힘을 얻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국내 금융을 허겁지겁 해외에 내다팔기에 급급했던 정부도 외국자본에 맞설 국내 대항자본을 육성하기 위해 사모주식투자펀드를 활성화하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그러나 한때 한국경제의 구세주인양 떠받들던 외국인에게 이제는 빗장을 닫아걸고 무조건 배타시하려 한다면 그것은 금융산업을 오히려 더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은 최근 LG카드 입찰에 대한 외국인 배제와 관련, "한국의 전통적인 폐쇄성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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