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여행과 쇼핑을 즐길 것인가, 집안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예년 같으면 한창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분위기에 들떠있을 미국민들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둔 21일 테러 경보 수준이 두 번째로 높은 '코드 오렌지'로 격상되면서 생긴 고민이다.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등 테러 발생 위험이 높은 곳으로 지목된 도시의 상공에는 24시간 초계비행이 시작되고 지대공 미사일이 곳곳에 배치되는 등 경계가 강화됐다. 공항과 항만 철도 지하철 등 교통 중심지와 대형 쇼핑센터 등에 대한 순찰 인원이 대폭 증원되고 뉴욕 등지에서는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됐다. 대도시의 각 공항은 폭탄 탐지견을 늘려 수하물을 점검토록 하고 있으며, 일부 공항은 공항건물 부근 주차를 아예 금지했다. 전날 9·11이후 최대 규모의 테러가 예상된다는 경고를 내렸던 미국의 지도부는 22일 경계를 늦추지 말 것과 정상생활을 해줄 것을 동시에 권고했다. 톰 리지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안보회의를 마친 뒤 "만일 여러분들이 휴일 여행 계획을 갖고 있다면 바꾸지 말라"고 당부했다.
부시 대통령도 "연휴기간 국민들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며 국민들은 각자의 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고 안심시켰다.
미국의 언론들은 하루 만에 나온 정부의 테러 경고와 정상생활 권고 사이에서 미국민들이 '연휴 딜레마'에 빠졌다고 표현했다. 또 혼란스런 연말 분위기를 '오렌지 크리스마스'로 묘사하기도 했다. 미 연방재난관리청은 각 가정에 식품, 음료수, 밀봉테이프와 라디오 등 비상용품을 준비하라고 권고했다.
MSNBC는 이날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잘 훈련되고 여객기 조종 자격을 소지한 알 카에다 대원들이 이미 수 개의 외국 항공사 소속 조종사가 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곧 그들이 비행기를 이용한 자살공격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상황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리지 장관은 CNN 방송의 '아메리칸 모닝'프로에 출연, "지난 2년간 계속되는 보고의 흐름을 보면 테러범들이 공격의 수단으로 비행기를 이용하기를 선호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더러운 폭탄'으로 불리는 방사능 물질을 이용한 폭탄 테러 가능성도 제기됐다.
MSNBC는 "테러 징후의 심각성으로 오렌지 경보가 내년 1월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오렌지 경고를 유지하면 1주일에 1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했다.
미 행정부내에서 테러경보 격상을 둘러싸고 심한 의견대립이 있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내부 토론과정에서 리지 장관은 위협 경고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 가능성을 이유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이라크에서 거둔 군사적 자산이 다른 곳으로 전용된다는 이유로 코드 오렌지 발동에 반대했으나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찬성하는 등 이견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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