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 이민에 이어 이제는 기러기 아빠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합니다."2년 전 두 아이의 교육을 위해 10여년 동안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을 떠난 하일현(39)씨. 이민 후 아이들과 함께 쓴 일기를 바탕으로 '조기유학 무조건 떠나라'(북카페 발행)라는 책을 냈던 그가 이제는 한국의 '기러기 아빠'들을 위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조기유학, 이민 관련 책들은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 홀로 생활하며 자살과 이혼 등으로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기러기 아빠'들에 대한 책은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관심을 끈다. 하씨는 캐나다에서, 잠시 짬을 내 가족들을 만나러 오는 많은 기러기 아빠들을 보면서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부모가 현지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아이들이 적응을 잘해도 결국 가정이 불행해지기 쉽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러기 아빠들 중에는 자신처럼 가족이 이민을 왔다가 경제적인 문제로 혼자서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게 하씨의 설명.
"아이들이 현지에 적응하려면 최소 4년이 필요한데 한국에서 중산층 이상의 삶을 살다 현지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가져간 돈을 축 내며 사는 삶은 불안하다"고 밝힌 하씨 역시 현지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조만간 기러기 아빠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고민 속에 살고 있다.
하씨는 이제 한국에 올 때마다 기러기 아빠들을 만난다. 그는 기러기 아빠들에게는 '기러기'라는 낙인이 찍힌다고 지적한다. 직장 생활이나 사생활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저 사람, 기러기야"라며 손가락질 받기 쉽다는 것. 가족들을 위해 월급 대부분을 보내고 난 뒤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견디기 더 힘들다. 그나마 아이들이 잘 되면 괜찮지만, 그가 본 기러기 아빠들 중에는 펭귄처럼 아빠를 잊고 엄마만 졸졸 따라다니는 '펭귄족' 자식 때문에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 하는 경우도 많았다. 부인과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캐나다에서도 비오는 날이면 남편 없는 기러기 엄마들은 우울증을 조심해야 한다는 신문 기사가 나올 정도라고.
그는 책에 유형별로 기러기 아빠들의 사연을 담아 "이민보다 기러기 아빠 되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심사숙고하라고 권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래도 기러기 아빠가 되겠다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몇 가지 대안도 제시할 예정이다. 다른 기러기 아빠들을 만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자식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기러기 아빠들에게는 개개인의 노력보다 사회 전체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생각이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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