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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왜 자꾸 작아지는가/ 복거일씨 "시대정신"에 문학의 불황 진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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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왜 자꾸 작아지는가/ 복거일씨 "시대정신"에 문학의 불황 진단 칼럼

입력
2003.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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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요즘 사람들은 소설을 읽지 않을까. 소설가인 복거일(57·사진)씨가 던진 질문이다. 무크지 '시대정신' 겨울호에 실린 칼럼 '왜 사람들은 소설을 읽지 않는가'에서 그는 소설에 대한 수요가 줄고 소설 시장이 깊은 불황에 빠진 최근의 추세를 분석했다.복씨는 먼저 "출판 시장에서 팔리는 책은 실용서이며, 교양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책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독서의 감소가 지적 수준의 하락을 불러서 인류 문명의 발전을 제약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듯 걱정스러운 상황에서 소설 시장의 위축은 아주 심각하다. 교양을 늘리는 책 중 문학 작품이 큰 부분을 차지하며 문학의 중심적 장르가 소설이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은 소설을 읽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복씨는 문학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을 짚었다. "16세기 과학혁명 이후로 과학과 기술은 사람들의 삶에서 점점 중요해졌다.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에 관해 사람들이 찾는 것은 문인이 아니라 자연과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춘원 이광수가, 미국에서 포크너와 헨리 밀러가, 영국에서 제임스 조이스와 조지 오웰이, 프랑스에서 사르트르가 카뮈가 차지했던 지위를 지금의 문인은 감히 꿈꿀 수 없다"고 복씨는 오늘날 문인의 낮아진 사회적 지위를 밝혔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 현대 사회에서 영화, 연속극, 만화, 게임과 같은 경쟁자들이 많다는 사정도 지적됐다. "며칠을 두고 읽어야 하는 소설 작품도 이제는 단 두 시간에 영화로 볼 수 있다. 소설 독자가 줄어드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요즈음엔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소설에 바탕을 두고 만든 영화를 보고 소설에 대한 평론을 쓴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가 자유로워진 것도 소설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게 작가의 분석이다. 그는 "압제적 사회에선 역사나 사회과학이 해야 할 일을 소설이 떠맡게 된다"면서 1960∼80년대 우리 사회에서 소설이 사회적 발언을 했음을 상기시켰다. 1980년대 말 민주화를 통해 학문과 언론 기구가 정상적으로 움직이면서, 소설의 영역이 빠르게 줄어들고 위상이 어쩔 수 없이 낮아졌다고 보았다.

그는 "책과 문학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세상이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문학은 오히려 소중해진다"면서 "소설이 제시하는 풍요로운 세계와 삶과 세상에 대해 성찰하도록 하는 화두와 해답을 놓치는 것은 가벼운 손실이 아닐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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