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 및 민간이 이라크로부터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채권 문제가 정부의 공공 채권은 상당 부분 감면해 주는 대신 민간 채권은 원칙대로 보상 받는 쪽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9일 이라크 부채 탕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하는 것과 관련, 최근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이 같은 방향을 정했다고 재경부 건교부 등이 23일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이 같은 방침에 대한 확답을 베이커 특사에게 줄지, 아니면 이라크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 등을 통해 공표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베이커 특사는 방한 기간 노무현 대통령과 김진표 경제부총리, 윤영관 외교부장관 등을 두루 만날 예정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베이커 특사는 최근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에게 공공채권의 3분2 이상을 탕감해 주도록 요구했다"면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합의한 수준에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도 "정부가 민간 채권의 탕감이나 감면을 결정할 수 없다"며 "그러나 공공 채권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전화를 건 데 이어 특사까지 파견하는 만큼 상당 부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대 이라크 채권은 공공 채권 2억 달러(2,400억원), 민간채권 17억 달러 등 모두 19억 달러 규모다. 공공채권은 수출보험공사가 우리 기업들의 이라크 수출 대금 미수금을 대신 지급한 것이며, 민간채권은 현대건설 11억4,000만 달러 등 건설·무역업체들의 미수금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부 안에서는 "일단 방침은 정해졌지만 이에 대한 확답을 베이커 특사에게 줄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주요 이라크 채권국들의 모임인 '파리클럽'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사 표시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클럽이 최근 내년 말까지 채권 행사를 유예하고 이라크 대외 부채 재조정 방안을 논의키로 한 만큼 미국과 감면 규모 등을 합의할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또 3위 규모의 파병국인 우리나라는 미국의 '이라크 재건 참여 불허' 압박에 몰린 프랑스 등 반전(反戰)국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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