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을 둘러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서방 강대국 정상간의 대립 갈등은 2003년 내내 국제정세를 관통하는 축이었다.부시와 블레어는 일찌감치 한 배를 탔다. 블레어는 국내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 '부시의 푸들'이라는 조소까지 참아가며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끝까지 지원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라크 전을 막기로 했다"며 정면 반발했던 시라크와 슈뢰더는 양국 우호조약인 엘리제 조약 체결 40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전쟁 중 각각 정상회담을 가지며 신경전을 벌인 양측은 이라크 전후 처리를 놓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시라크는 "유엔만이 이라크 정상화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정통성을 지니고 있다"고 포석을 깔았고 미 정부 내에서는 "프랑스는 (전쟁반대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들의 갈등은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이 달 초 미 국방부는 전쟁에 반대한 프랑스와 독일에 복수라도 하듯 반전국가 기업들의 이라크 재건 사업 수주를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프랑스와 독일은 국제법 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렇게 경색된 관계는 사담 후세인이 체포되고 이라크 채무탕감과 재건 사업 수주 권한의 빅딜이 모색되면서 화해 분위기로의 반전을 맞고 있다.
감정의 골은 양측 국민들에게까지 확산됐다. 62%가 프랑스를 신뢰할 수 있다고 답한 독일 국민들은 미국과 영국에 대해선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는 프랜치 프라이를 프리덤 프라이로 바꿔 부르자는 소동을 벌였고 프랑스, 독일에서는 할로윈 축제 등 미국문화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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