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멋진 트리 장식과 사람들로 넘쳐 나는 연말이다. 연말은 소위 기부 시즌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랑과 나눔, 기부가 집중되는 시기이다.모금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은 다소 정형화된 면이 있지 않나 싶다. 어린이 날이 되면 복지시설에 있는 아이들을 찾는 발길이 이어진다. 어버이 날에는 독거 노인, 여름에는 태풍이나 수해를 입은 분들을 많이 찾는다. 그리고 겨울에는 구세군 모금이나 불우이웃 돕기 성금에 관심이 몰리는 상황이니 가히 기부 시즌이라 할 만하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쏟기 보다는 시즌에 맞춰 반짝하고 잊는 경향이 보이는 것이다.
물론 즐거운 모임들이 몰려 있고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연시에라도 이웃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 아예 무관심한 것보다는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나누는 마음의 근원이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한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내 이웃들에 대한 연대의 마음이라면 1년 365일 언제나 일상 속에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올해는 불경기로 그나마 예년보다 기부가 줄어들었다는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 기부라는 말이 거창하게 느껴져서 그렇지, 우리 나라 사람들은 힘든 시기마다 어려운 이웃들을 함께 도우며 너나 없이 살아오는 데 익숙한 민족이다. 아름다운 재단이 '아름다운 1% 나눔 운동'을 통해 전파해온, 건강하고 즐거운 습관으로서의 나눔이라는 메시지가 사회적으로 잔잔히 흡수되어 가고 있는 것도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이러한 성정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나눔의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겠다며 매일 아침 1,000원씩 재단에 인터넷 기부를 하고 있는 직장인, 나도 나누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며 정부 생활 보조금의 1%를 기부하고 있는 중증 장애인, 사업에 실패해서 기부를 끊었다가 새로 이삿짐 센터를 차리자마자 다시 기부부터 시작한 사장님….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생활 속에서 기부로 실천하고 있는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다. 나는 이들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사는 사회임을 확인했다.
새해가 벌써 눈 앞이다. 올해 아름다운 재단에서 일하면서 일상 속의 아름다운 나눔을 지켜보는 것은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이었다. 언제나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의 어깨 걸기가 우리들의 일상이 되는 2004년이기를 소망해 본다.
이 경 현 아름다운 재단 1% 모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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