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어느 신문에 실린 '국민 노릇 정말 힘들었던 1년'이란 제목의 사설과 '임기 말 같았던 1년… 국민 노릇도 힘들다'는 해설기사를 보았다.아마 지난 봄에 사회각층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온 시위와 주장에 대해 어느 방문자에게 그것을 설명하면서 "이러다가는 대통령직 못 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대통령의 말 가운데, 그 말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나온 말인지는 거두절미한 채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부분만 얼씨구나 따로 떼어 낸 말을 되받아 공격하는 말일 것이다.
하기야 돌아보면 지난해 대통령 선거 날 아침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는 보도를 비롯해 그들로서는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고, 승복하고 싶지도 않은 주도권의 상실감 속에 이 정권에 대한 저주의 폭언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저 옛날 희빈 장씨의 저주가 어디 이만했겠는가.
자나깨나 대통령이 망하기를, 나라야 어찌 되든 대통령만은 꼭 망하길, 이런저런 사건 의혹 속에 부디 부디 대통령 얼굴에도 똥 묻었기를 오직 한마음으로 바라는 사람들 눈에야 오직 그 신문만이 이땅의 정론지처럼 보이겠지만, 정말 오다가다 그 '찌라시'에 눈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이젠 국민 노릇도 독자 노릇도 힘들어 못 해 먹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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