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이 확산되면서 닭고기 오리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 고조로 닭·오리 사육·유통·가공업체는 물론 소매점들이 매출 급감에 신음하고 있다.또 불황속에 연말특수를 기대하던 치킨·패스트푸드 전문점들도 닭 관련 제품의 매출이 급감해 울상을 짓고 있다. 반면 쇠고기 돼지고기는 상대적으로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조류독감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닭, 오리 사육업체. 경북 고령군 쌍림면에서 20년째 닭을 길러온 S축산 배신국(41) 사장은 "하루 평균 600∼700여마리를 팔았는데 닷새 전부턴 난생 처음으로 한 마리도 팔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시장 납품업자 최모(50·경기 부천시 소사동)씨는 "닭을 구하기도 힘들고, 아예 주문하는 곳조차 없다"며 한숨을 지었다.
닭·오리고기 전문식당들도 일손을 놓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 K삼계탕 박모(54) 사장은 "끓여 먹으면 인체에 무해하다는데도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계란도 안 팔린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한탄했다. 마포구 공덕동 Y오리탕 주인 김삼례(42)씨는 "닭 요리는 아예 메뉴에서 뺐고 자정까지 하던 영업도 초저녁에 끝낸다"고 말했다.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닭고기 기피 신드롬'에 초비상이 걸렸다. K사 마케팅부 관계자는 "연중 최고치 판매가 기대되는 이 달 매출이 지난달보다 감소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닭고기 판매 부진 속에 쇠고기, 돼지고기는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H백화점의 경우 17∼22일 서울 6개 점의 쇠고기 매출이 하루 평균 1억1,000만원을 기록, 평소 매출(8,000만원)보다 30% 늘어났다.
돼지고기도 판매량이 40%가량 증가했다. 유통업체 E사 관계자는 "쇠고기, 돼지고기 매출액이 이달 초보다 15% 이상 올랐다"며 "2000년 구제역 파동때 당시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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