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8개 구단은 올해에도 밑지는 장사를 했다. 구단별로 적자폭이 60억∼1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는 여전히 멀쩡하다. 올 자유계약선수(FA)시장에 뛰어든 몇몇 구단이 상상을 뛰어넘는 돈을 물쓰듯 해서 하는 말이다. 덕분에 FA들만 수지맞는 장사를 했다.FA가운데 기아에서 LG로 옮긴 진필중(투수)은 4년에 30억원을, 삼성에서 기아로 이적한 마해영(타자)은 4년에 28억원을, 한화에서 롯데로 간 이상목(투수)은 4년에 22억원을, 현대에 남기로 한 이숭용(타자)은 17억5,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챙겼다. 구단들의 사생결단식 베팅덕분에 FA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직장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대박을 터뜨렸다.
이승엽과 정수근은 훨씬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 흥미롭다. 공수주 3박자를 갖춘 두산의 정수근은 삼성의 6년간 45억원 제의를 뿌리치고 롯데로 옮기며 6년에 40억6,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삼성보다는 롯데가 마음 편히 뛸 수 있는 팀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아시아 시즌 최다홈런(56개)기록을 수립한 이승엽은 빅리그 진출을 노렸지만 LA 다저스에서 연봉을 50만∼150만달러(18억원) 가량 내놓겠다고 하자 미국행을 뒤로 미루고 일본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그는 다저스행을 그만 둔 이유를 "금전적 이유보다 지금은 공개할 수 없는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가 무언지 궁금하다.
더 의아한 것은 일본 지바 롯데 마린즈와 2년간 5억엔(55억원)에 계약한 이승엽이 친정팀 삼성의 6년간 15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베팅을 거부한 점이다. 미국진출의 교두보로 일본을 택했다는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곤란하다. 말못할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해외로 진출하는 이승엽을 제외한 FA들은 얼어붙은 국내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큰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진필중, 마해영, 이상목, 정수근, 이숭용 등이 내년에 부진해 '돈만 챙기는 천덕꾸러기'로 찍히면 국내프로야구는 더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FA 거물들이 제몫을 다해야만 추락하고 있는 프로야구가 그나마 재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