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팽 이야기는 그냥 추리소설이 아닙니다. 연애소설, 스릴러, 심리소설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돼 있습니다. 사건 추적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잘 이해해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시인이자 번역가인 성귀수(42·사진)씨가 추리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아르센 뤼팽 전집'(전20권·까치글방)을 완역 출간했다. 지난해 1월에 번역을 시작한 후 꼬박 2년을 매달린 작업이다. 총 23편의 원작을 옮긴 이 전집은 200자 원고지 2만 6,000여장에 이른다.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650여 개의 주석을 달고, 각 권마다 작품론과 작가 모리스 르블랑(1864∼1941)을 분석한 해설을 실었다.
"매일 새벽 2, 3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어간 적이 없을 만큼 강행군을 했다"는 성씨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30여 년에 걸쳐 집필한 작품을 그 당시의 시점에서 일관성 있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100년 전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꼼꼼히 살피고 사진과 자료를 찾아 실었다. 성씨는 "뤼팽을 읽는 독자들이 실제 현장을 찾아가고 싶게 만들고, 어떤 역사적 배경에 맞닥뜨려서는 역사책을 들춰볼 마음이 생기게끔 하도록 각종 자료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성씨는 프랑스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될 때 편집상 실수로 빠진 '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라는 작품도 찾아내 포함시켰다. 1939년 1월에 '로토(L'auto)'라는 잡지에 연재된 내용이 2년 후 단행본으로 출간될 때 1회분 에피소드가 빠지게 된 것을 프랑스의 뤼팽 연구가에게 연락해 어렵게 구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는 뤼팽을 체포한 가니마르 형사와 대서양 횡단 여객선에 오른 뤼팽 등 제 1권에서 나온 장면이 다시 묘사됨으로써 완결편 성격을 지닌다.
"그 동안 주로 일본어판을 중역한 아동문학용 전집이 널리 알려지는 바람에 뤼팽 이야기에 왜곡된 부분도 많다"고 성씨는 지적했다. 예컨대 뤼팽의 모습이 검정 망토를 걸치고 안경을 쓰고 등장하는 것으로 굳어진 것은 일본어판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성씨는 "2005년 뤼팽 탄생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에서 뤼팽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는 때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집을 완벽하게 내놓게 돼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성씨는 연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1991년 '문학정신'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오페라의 유령' '적의 화장법' 등을 번역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