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과 방송에서 흔히 접하는 단어 중 하나가 '버려진 아이'이다. 버린다는 말은 쓰지 못할 것을 없애거나 관계를 끊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에게 버려졌다는 표현을 쓰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아이들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소중한 인격체이기 때문이다.딸 둘을 낳아 키우던 우리 부부는 6년 전 돌이 막 지난 쌍둥이 아들을 입양했다. 입양 가정의 가장이 되고 나서 나는 아동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동복지에 관계된 모든 분들에게 아이들은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이었다.
버려진 아이들의 어머니는 대부분 미혼모이다. 나는 자원봉사자로서 미혼모 모임에 참석, 매주 한번씩 그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이 20대이지만 16세에 불과한 미성년도 있다. 어린 나이에 원치 않은 임신으로 그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과의 만남 속에서 발견한 사실은 생명을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은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양육할 수 없기 때문에 임신을 후회하고 양육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아파하며 핏덩이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슬퍼한다. 그래서인지 입양 동의서를 작성하고 돌아서는 그들의 발걸음은 무겁다. 어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잘 키워 줄 부모를 만나게 하려는 사랑 사이에서 그들은 갈등 한다. 하지만 입양가족모임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은 입양아를 소중한 자식으로 키우고 있다.
양쪽 부모와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버려진 아이' 보다는 '양육이 필요한 아이'로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가 입양해 키우고 있는 두 아들이 '버려진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큰 상처가 될까? 매달 한두 번씩 만나는 보육원의 아이들도 '버려진 아이들'이란 말을 들으면 가슴이 아플 것이다.
'버려진 아이'라는 단어가 입양 부모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그들을 배려하면 좋겠다. 아이들은 버려진 게 아니라 보호가 필요하고 양육해 줄 부모를 기다릴 뿐이다. 말은 생각의 표현이지만 말이 생각을 만들고 행동을 만든다. '사랑이 필요한 아이'로 불렀으면 한다.
/황수섭·호산나교회 입양담당목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