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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제2의 딴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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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제2의 딴나라당

입력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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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는 이 자리에서 '딴나라당 블루스?'라는 글을 통해 최근의 한나라당은 여러 면에서 국민을 우롱하며 딴 짓이나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각의 조롱처럼, 딴나라당 같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나라당의 이후 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선자금 문제도 그러하지만, 정치개혁에 있어서도 정말 딴나라당 같은 짓만 하고 있다.즉, 사표를 줄이고 표의 등가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구는 줄이고 비례대표제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학자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사실상 정치개혁안 작성 권한을 위임해준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의 안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청개구리처럼 지역구는 늘리고 비례대표는 줄이려고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원래 그렇다고 치더라도, 기대를 모았던 열린우리당 역시 하는 짓을 보면, 또 다른 딴나라당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최근의 외부인사 영입 행태가 그러하다. 기껏 영입한다는 것이 하나회 출신에 5·18광주민중항쟁의 진압군이었던 학살관계자에서부터 19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세풍과 관련됐던 비리의혹자, 한나라당 서울시장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정치철새 등 문제인사들이다.

이는 낡은 세불리기에 매몰되어 있는 것으로, 5·18학살관계자나 영입하려고 그 난리를 치루며 민주당과 분당을 한 것인지 딱하기만 하다. 당명이 열린우리당이라 전력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인가.

한나라당 소속 김혁규 경남지사의 영입도 매한가지다. 물론 열린우리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연고지인 부산, 경남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고 김 지사의 영입이 이 지역공략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렇다고 낡은 철새정치를 답습하면서 유권자들에게 뭐라고 새로운 정치를 설득할 것인가. 특히 열린우리당의 핵심인물들과 지지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지지도를 이유로 민주당과 노 대통령을 버리고 정몽준캠프로 가버린 김민석 전 의원을 철새라는 뜻의 '김민새'라고 조롱하며 분노했던 당사자들이다. 그 같은 열린우리당이 김혁규 지사를 받아들임으로써 이제 '김혁새' 정당이 되고 말았다. 역시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로맨스인가.

정당민주주의 문제도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장관이 "폐쇄적, 하향적, 일방적 당 운영 등 정체성의 혼란 그 자체"라며 상임중앙위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지도부의 총사퇴를 촉구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 노 대통령과의 관계도 지지와 건전한 비판의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독재 시절의 친위정당처럼 일방적인 옹호에 여념이 없다.

정치관련법 개혁도 마찬가지다. 지역구를 늘리자는 한나라당도 딴나라당이지만, 지금까지도 중대선거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이를 고집하고 있는 열린우리당도 또 다른 딴나라당일 뿐이다. 열린우리당은 지역주의 타파를 이유로 이를 고집하고 있지만, 중대선거구제는 신인들의 진입장벽을 더욱 높게 하는 등 부작용이 너무 커 세계적으로 폐기하고 있는 제도이고 지역주의 극복에 기여할지도 불확실하다. 그 같은 이유로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단체들의 연대체인 정치개혁연대나 정개협 모두 중대선거구제 대신에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비례대표제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기국회가 다 끝나가는 이 시점까지 중대선거구제를 고집하는 것은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의 분당으로 소선거구제 하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감안해주더라도, 너무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지금처럼 제 2의 딴나라당 행태를 계속하는 한, 열린우리당에게 미래는 없다. 그리고 여야 모두 정략적 사고와 딴나라당 같은 행태를 벗어나, 정치자금 문제는 말할 것도 없이 선거구와 의원정수 문제에 있어서도 정개협 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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