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난다.독특한 세계관과 충격적인 영상 기법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영화 '매트릭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화제의 애니메이션이 TV 전파를 탄다. 케이블 채널 XTM은 또다른 매트릭스의 세계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애니매트릭스'를 24, 25일 오후 6시50분 방영한다. 매트릭스를 창조한 조엘, 실버 워쇼스키 형제가 구성한 애니매트릭스는 극장 개봉을 하지 않은채 DVD로만 선보였으며 TV 방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4편의 각본을 쓴 워쇼스키 형제를 비롯해 한국, 일본, 미국의 애니메이션 거장들이 3년 동안 제작한 초특급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각각 독립된 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이온플럭스'를 만든 재미교포 감독 피터 정, '카우보이 비밥'의 와타나베 신이치로, '무사 주베이'의 카와지리 요시아키, '에반겔리온'의 마에다 마히로, '아키라'의 모리모토 코지 감독 등 쟁쟁한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참여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6∼17분 가량의 단편으로, 뛰어난 화질과 완성도 높은 스토리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은 앤디 존스 감독의 에피소드 1편 '오시리스 최후의 비행'(사진). 컴퓨터 그래픽이 만들어낸 가상 배우들의 표정이나 섬세한 움직임이 실제 사람 뺨칠만큼 감쪽같다. 컴퓨터에 반기를 든 인간들의 투쟁을 다룬 이 에피소드는 내용상 매트릭스 1편과 2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에 1.5편으로도 불린다.
에피소드 5편 '프로그램'은 섬뜩하다. 사무라이들의 모의전투 게임을 다룬 이 에피소드에는 말 탄 무사가 상대의 목을 날려버리는 충격적인 영상이 들어 있다. 잔혹 영상에 일가견이 있는 카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이 자신의 작품 '무사 주베이' '뱀파이어 헌터 D' 등에서의 실감나는 영상을 선보인다.
에피소드 8편 '추리소설'도 특이한 영상으로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카우보이 비밥'에서 실사에 가까운 섬세한 영상으로 관심을 끌었던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은 이 작품에서 마치 복사한 듯한 흑백 이미지로 거친 사이버 세계를 묘사했다. 여주인공의 목소리는 영화 매트릭스에 출연한 캐리 앤 모스가 연기했다.
재미교포 감독인 피터 정은 에피소드 9편 '허가'를 통해 영화와 반대로 움직이는 매트릭스 세상을 창조했다. 이 작품에서는 컴퓨터와 기계가 인간이 창조한 가상 공간에 갇혀서 살아간다.
이처럼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그림으로 꾸민 애니매트릭스는 영화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부분 에피소드의 내용과 그림이 성인 취향이어서 어른들도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