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가 19일 전격적으로 WMD 포기 및 국제사찰 수용을 선언한데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내주 리비아에 대한 핵사찰 실시 계획을 밝힘에 따라 중동지역의 역학 관계에 큰 변화가 초래될 전망이다.우선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시리아와 이스라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리비아 선언이 있기 전날 핵확산금지조약(NPT) 부속의정서에 서명한 이란에 대한 핵 사찰 작업도 보다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리비아의 태도 변화는 결국 이라크를 점령 중인 미국과 중동 국가들의 관계 재조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WMD 포기 압력 직면
이스라엘 외교부는 "리비아 선언이 양국 수교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아랍국가들로부터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라는 압력을 더욱 강하게 받게 됐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21일 "리비아의 선언은 이스라엘에도 반향을 일으켜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대량살상무기도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리비아의 WMD 포기는 중동지역의 비핵화를 위한 아랍권의 진지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스라엘의 NPT 가입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아랍권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입장과 중동평화 협상 등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200개 가량의 핵 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시리아에 대한 압력 강화할 듯
미국은 리비아의 WMD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북한 핵 문제와 함께 시리아의 대량살상무기에 관심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은 시리아에 대해 테러 단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과 생화학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을 거듭 요구해왔다.
미국 상하원은 최근 시리아를 제재하는 내용의 법인'시리아 책임 및 레바논 주권 회복법 2003'을 통과시켰다. 1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이 법은 시리아에 민간 및 군사용으로 쓸 수 있는 '이중 용도' 기술을 수출할 수 없도록 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시리아는 이라크를 점령한 미군과 사실상 국경을 맞대게 됐다"며 "그동안 미국에 비협조적이었던 시리아도 미국과 외교적으로 타협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리비아와 이란의 움직임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21일 "다음 주 전문가 팀과 함께 리비아를 방문, 의심되는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리비아 관리들이 IAEA의 불시 핵사찰을 포함한 NPT 부속의정서 서명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아랍권의 대표적 반미 국가였던 리비아가 새로운 길을 걷게 된데다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마저 무너진 상황에서 이란도 미국 등 서방국가와의 관계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때문에 이란이 18일 핵확산금지조약 부속의정서에 서명한 뒤 조기에 가시적 조치들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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