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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2003사건]<2> 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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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2003사건]<2> 人災

입력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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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각종 참사와 재해는 어김없이 애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왔지만 피해는 언제나 예견된 일이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후진국형 재해에 대해 '결국 인재(人災)였다'는 언론의 분석은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각종 사고 등 재해 대처 시스템 미비에다 인간의 실수까지 겹치면서 국민들은 올 한해도 대구지하철 참사 등 숱한 인재 사고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지난 2월18일 오전 9시52분 대구 지하철1호선 중앙로역. 역구내로 진입하는 1079호 전동차에서 50대 남성이 전동차 내부 바닥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불길은 순식간에 번졌고, 화재사실을 모른 채 3분 뒤 선로 맞은편 승강장에 진입한 1080호 전동차로 불이 옮겨 붙었다. 그러나 승객들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안내방송조차 듣지 못했다. 불이 난 사실을 알고 피하려 했을 때 전동차 문은 열리지 않았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 192명, 부상자는 138명에 이르는 초대형 참사였다. 요리학원에 가던 세 자녀의 어머니 등 희생자의 안타까운 사연은 온 국민의 가슴을 눈물로 적시게 했다.

참사는 "혼자 죽기 싫다"는 한 뇌병변장애인의 방화에서 시작됐지만 피해를 키운 것은 사고 발생 직후의 대처능력 부족과 안전 불감증이었다. 사령실은 기관사와 연락을 취하면서도 "문을 열어 승객을 대피시키라"는 지시도 잊은 채 우왕좌왕했다. 불연재를 쓰지 않은 지하철 내부에서는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왔고, 전동차 비상대피 설비는 있으나 마나였다.

여름의 끝 무렵 한반도 남부를 강타한 태풍 매미는 천재지변이었다. 역대 최대 풍속의 살인적인 강풍과 폭우, 홍수와 산사태로 130명이 사망하고 재산피해액만 4조7,000억원에 달했다. 강풍에 부산항 컨테이너 선적용 크레인이 처참하게 무너져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매미가 할퀴고 지나간 뒤 인명 희생을 막을 수도 있었음이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남 마산시 해운대플라자에서 수몰된 12명의 희생자들이 대표적인 사례. 바다에서 100m 이상 떨어진 곳이었지만 무분별한 해안 매립과 야적된 수입목 때문에 해일 피해는 더 커졌고 폭우 속에 대피를 지시한 공무원도 없었다. 한국방재협회 윤용남(고려대 토목공학과 교수) 회장은 "재해 예방을 위한 투자 부족, 국민의 방재의식 미비, 국가 차원의 재해재난 관리조직 부재 등이 맞물려 총체적인 부실이 심화했고 매년 똑같은 사고들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가 5월부터 국내를 강타했지만 다행히 희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초기 단계에서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최근 국내 농가를 강타한 조류독감은 초기 소홀한 방역조치로 며칠 사이에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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