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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캣/"티격태격" 남매와 마술고양이의 한바탕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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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캣/"티격태격" 남매와 마술고양이의 한바탕 소동

입력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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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이런 영특한 고양이 없나요?" 애니메이션 '더 캣'(The Cat in the Hat)은 괴짜 고양이를 그린 동화다. 초대장(?)도 없이 불쑥 찾아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 말썽꾸러기지만 어질러 놓은 모든 것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개와 고양이처럼 늘 아웅다웅하는 철부지 남매의 우애까지 돈독하게 하고 사라진다. 고양이 역을 맡은 마이크 마이어스는 마술모자에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선 '오스틴 파워' 시리즈에서 보여준 엽기적이고 황당무계한 코미디를 어린이 취향으로 버전을 바꾸어 보여준다. 마이크 마이어스 특유의 악동 연기가 활기차고, 여기에 노련미 넘치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출신 감독인 보 웰치가 꾸민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맞물린 독특한 영화다.'더 캣'은 어린이용 영화답게 선악의 대비, 해피 엔딩 그리고 교훈주의가 뚜렷하다. '더 캣'이 먼저 말하는 건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청결주의. 심술꾸러기 콘래드(스펜서 브레슬린)와 새침떼기 샐리(다코타 패닝) 남매의 엄마(켈리 프레스턴)가 늘 주의를 주는 것도 청결에 대해서다. 부동산 중개인인 어머니가 직장 상사에게 듣는 충고도 역시 청결 문제다. 세균 때문에 악수조차 두려워하는 직장 상사 험블플럽(션 헤이스)이 엄마에게 회사 파티를 열 것을 제안(사실은 명령)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엄마는 남매가 집안을 어지럽히지 않기를 기도하고, 베이비시터인 콴 여사에게 남매를 맡기고 출근하지만 콴 여사는 잠자는 일 말고는 관심이 없다. 이때 모자를 쓴 괴상한 고양이가 남매 앞에 등장한다. 너무나 쾌적하고 반듯한 앤빌 마을은 고양이 한 마리로 아수라장이 된다. 고양이 모자에선 CD 플레이어에 테니스 라켓 등 온갖 잡동사니가 쏟아져 나오고, 고양이가 가져온 상자에선 집안을 어지럽힐 마술이 꿈틀대고 있다. 고양이의 장난은 어른들의 강박적 청결주의를 조롱하는 셈이다.

'더 캣'은 어른들의 위선과 무관심도 은근히 비판한다. 혼자 된 엄마를 노리는 옆집 아저씨 퀸(알렉 볼드윈)이나, 아이는 돌보지 않고 싸움판이 벌어지는 대만 국회 중계방송에 정신이 팔린 베이비시터 콴 여사를 한심하게 그렸다. 집안 어지럽히기와 여동생 괴롭히기를 취미로 하던 콘래드와, 오빠의 잘못을 일러 바치는 것을 사명으로 아는 샐리는 마술 고양이가 벌이는 희한한 소동을 즐기다가 뒤늦게 우애를 다지게 된다. 사이가 나쁜 남매가 새삼스럽게 우애를 되새기는 과정은 조금 어이가 없지만, 고양이가 펼치는 쇼와 묘기는 퍽 유쾌하다.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와 동양 출신 콴 여사에 대한 노골적 인종주의적 편견이 불편하게 다가온다.

미국 아동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닥터 수스의 1957년 작이 원작이며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 시즌에 개봉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흥행에선 성공했지만 미국 평단의 반응은 싸늘했다. 31일 개봉.

/이종도기자 ecri@hk.co.kr

■"예쁜 그림책 넘기는 느낌 주려했죠"

'더 캣'의 감독 보 웰치가 펼치는 스크린의 화려함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준다. 반듯반듯하고 뾰족한 집은 어릴 적 보던 동화책 속의 집이며, 보라색 벽과 하늘색 지붕 파란 잔디밭과 타조 모양으로 깎은 정원수는 깜찍하기 그지 없다. 바로 조니 뎁 주연,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에서 봤던 환상적 동화 풍의 프로덕션 디자인이다. 1983년부터 영화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2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보 웰치 감독의 솜씨로, 그는 '가위손' '비틀 쥬스' '맨 인 블랙' 등에서 개성 있는 영화공간을 연출했다. '비틀 쥬스'에서도 함께 작업했던 알렉 볼드윈이 "그가 뒤늦게 감독이 된 까닭은 너무 훌륭한 프로덕션 디자이너였기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보 웰치 감독은 "오래 전부터 연출을 꿈꿨는데 마이크 마이어스가 나를 선택해줘 기뻤다.예쁜 그림책을 넘겨보는 느낌을 주려 애썼다"고 말했다. 보 웰치는 동화 같은 마을 앤빌을 창조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시미 벨리 세트에 24채의 집과 22채의 차고를 지었고 마을의 잔디에 싱그러움을 더하기 위해 2만6,490톤의 물을 길어다 부었다. 집 주위 2만평에는 나무를 심고 6,000평에는 잔디를 깔았다. 이렇게 노란색, 녹색, 라일락색 등 파스텔 톤으로 앤빌을 꾸미는 데 든 제작비는 1억900만달러이다.

주인공인 고양이 분장에도 공을 들였다. 내부에는 에어컨이 작동되고 귀와 꼬리는 리모콘으로 조종할 수 있게 했다. 앙골라털과 머리카락을 이용, 무게가 1.3㎏밖에 나가지 않는 특수 복장을 입고 마이크 마이어스는 동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고양이 연기를 펼쳤다. 매번 2시간 30분씩 분장을 해야 하는 고역을 치르기는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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