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과 감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디자인은 이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생산기술 평준화와 소득수준 향상으로 제품의 아름다움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디자인은 자동차와 전자, 섬유, 패션 등 전산업 분야에서 고객을 사로잡는 주요 척도가 됐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옛 속담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디자인을 국가발전의 성장동력으로 인식, 디자인 산업 육성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 이코노미스트지 등은 "자동차 산업 등에서 업체 사이의 기술 차이가 점차 사라지면서 디자인이 판매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전하는 등 '디자인 시대'를 선언했다.
산업자원부도 최근 '디자인산업 발전 전략'을 통해 "2008년까지 G7(선진 7개국) 수준의 디자인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략에는 '디자인 브랜드 코리아'(Design Brand Korea) 비전 아래 향후 5년 동안 100명의 스타 디자이너를 발굴, 1인 당 최대 1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세계적으로 소비자 주권이 강화하고 소비자들의 기호도 까다로워지는 상황에서 스타 디자이너는 '대박'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산자부는 또 현재 7조원(국내총생산의 1.2%)인 국내 디자인시장 규모를 2008년까지 20조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상품에 디자인개발자를 표기하는 '디자인 실명제'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그 동안 수출 드라이브에만 역점을 두고 제품을 만들고 파는 데 급급, 부가가치가 높은 디자인 분야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초일류 다국적 기업들은 현재 디자인·촉감 등 감성을 고려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기술 개발에만 매달려 감성 측면이 낙후됐다"며 "국산이 비슷한 품질의 외제보다 해외 판매가격이 최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도 디자인 등 감성이 취약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소니와 필립스, IBM 등은 이미 '디자인 경영' 시대에 접어들었다. 필립스는 제품 성공 여부의 80%를 디자인이 차지한다는 비전을 발표했고 소니는 '아름답지 않은 제품에 소니 로고를 붙일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김용열 기업연구팀장은 "국내 기업도 비용우위에서 차별화우위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디자인 같은 무형의 자산을 포함한 경영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때"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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