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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軍범죄 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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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軍범죄 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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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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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 복지기금으로 사용될 국방회관 수입금 7,000만원을 횡령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로 올해초 구속됐던 육군 김모 소장은 최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풀려났다. 1심에서 징역5년을 선고 받아 실형이 예상됐지만, 국방부 장관이 확인조치권(형량감경권)을 통해 형을 절반이나 줄여줬기 때문에 2심에서 집행유예가 가능했던 것. 김 소장과 함께 징역10년이 선고됐던 서모 군무원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돼 이 사건 연루자 전원이 집행유예 기소유예 무혐의 등으로 풀려났다.8월31일 술에 취해 외국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서울 도봉경찰서에 붙들려 온 육군사관학교 생도 6명은 헌병대로 신병이 넘겨진 뒤, 퇴교 조치를 당하는 선에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육사 헌병대는 "자체 조사 결과 성추행 부분은 혐의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성추행 용의자가 도주한 데다 '권한'이 없어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겼다.

현역 군인과 군무원 등의 범죄가 판을 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초동 수사기관인 헌병대는 물론 군 검찰과 군사법원도 하나같이 '식구 감싸기'에 나서 중범죄자도 처벌은 경범죄자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민간업체들이 개입된 국방 전반에 걸친 초대형 무기납품비리 사건이 발생하고 군 검찰과 군사법원의 최고 수장이었던 김창해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수뢰 혐의로 구속되는 등 군 범죄가 갈수록 사회문제화하고 있어 군을 더 이상 '단죄(斷罪)의 사각지대'로 놔둬서는 곤란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방부가 9월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998년부터 최근 5년간 발생한 군인의 대민범죄는 모두 2만4,000여건. 98년 3,907건이었던 범죄건수는 2000년 3,856건을 기록했으며 올들어 7월말까지 3,746건이나 발생했다.

그러나 군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민간인이 제기한 고소·진정 사건에 대해 군 수사기관은 '나 몰라라'하고 있다. 육군의 경우 폭행 사기 뇌물수수 혼인빙자간음 등의 피해를 주장하는 고소·진정 사건이 98년 15건, 99년 24건, 2000년 15건이나 제기됐지만 헌병대 등 군 수사기관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또 2001년 20건, 지난해 18건의 고소·진정 사건과 관련해서도 현재 처리가 진행중인 3건을 제외하고 처벌을 받은 군인은 아무도 없다.

'전역'을 조건으로 범죄를 눈감아 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올들어 모 장군이 복지기금 횡령과 진급 심사 관련 비리로 헌병대의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전역하는 선에서 사건이 유야무야 됐으며, 육군 수사기관의 고위 관계자도 부대 운영비를 전용한 흔적이 포착됐으나 옷을 벗고 '면죄부'를 받았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일반 공무원의 경우 수사 결과에 따라 파면돼 퇴직금도 못받고 형사처벌까지 받지만, 독자적인 사법제도에 따라 처리되는 군인의 경우 처벌의 강도가 훨씬 미약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1차 수사기관인 헌병대가 소속부대 지휘관으로부터 실질적 지휘를 받다 보니, 사건이 투명하게 처리되기보다는 은폐·축소되기 쉽다는 분석이다.

시민단체나 법조계에서는 군 검찰의 헌병 수사지휘권 강화 군 검찰과 군사법원의 실질적 분리 지휘관의 형량감경권 규제 2심 재판 민간법원 이양 등을 골자로 한 군 사법제도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도 최근 자체적으로 군사법제도 개혁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군 범죄 최소화와 처벌의 현실화 등 요구에 충분히 부응할 대안이 나올 지는 미지수이다.

/강훈기자 hoony@hk.co.kr

■군 사법제도 문제점

"검찰이나 경찰에서는 소위 거물급을 형사처벌 하게 되면 '한 건 올렸다'고 생각하지만 군은 조금 다르다. 군 수사기관은 기본적으로 '한 식구'를 처벌해야 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민간 수사기관이 겪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군 고위 관계자가 밝힌 이 같은 군 수사기관의 '태생적 한계'는 잇단 군내 비리사건에 대한 축소·은폐시비의 근본 요인이지만 군 사법체계의 제도적 허점 또한 군내 엄정한 법치 확립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법무장교들은 무엇보다 군 사법절차에 대한 과도한 지휘권 개입과 군법무 분야의 선임인 국방부 법무관리관, 각군 법무감 등이 군사법원의 재판과 검찰권 행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지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방부는 일단 군사령부 이하 각 부대에서 법무참모가 군 판사에 대한 근무평정 및 업무통제권을 갖고 있어 재판권의 독립성이 침해된다는 지적에 따라 지휘계선에서 분리된 순회판사단을 운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순회판사단이 전국을 5개 권역 나눠 지역 내 보통군사법원에서 순회재판을 실시하고, 근무평정을 포함한 인사관리는 군판사단이 실시토록 한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사단장급 이상 지휘관이 재량으로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 지휘관 확인조치권(군사법원법 379조)도 도마에 오른다. 사법조직이 지휘권에 복속돼야 전투력과 군기가 유지된다는 군의 특수성에 따라 도입된 제도지만 사법권 침해 시비를 낳고 있다. 6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이 국방회관 수입금 수억원을 횡령한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했으나 국방부 장관이 며칠 뒤 직권으로 형량을 반으로 낮춰준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 이경재(한나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해 9월말까지 장관을 비롯한 전군 지휘관이 발동한 확인조치권이 1,921건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지휘관에게 무제한적으로 부여된 확인조치권의 기준과 검증절차를 명문화하는 개선안을 마련했으나 상당수 법무장교들은 "비리사범에 대한 지휘관의 온정주의적 조치를 가능하게 한다"며 아예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국정감사 등을 통해 드러난 병무비리 수사를 둘러싼 외압시비, 법무관리관의 수사비 횡령 비리, 군 의문사 조사결과에 대한 유족들의 끊임 없는 불신 등 일련의 군내 사건을 감안했을 때 장병의 기본권 보장은 물론 법치주의 정착을 위한 군 사법제도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민간 검찰의 지향점이라면 군검찰의 화두는 지휘권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전투력 보존과 군기유지를 명분으로 군 사법제도는 지휘관의 지휘권에 복속돼야 한다는 논리가 일반 장교사회는 물론 군법무 조직 저변에 뿌리내리고 있는 실정이어서 군검찰의 독립성 확보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지휘관은 자기 휘하에 있는 부대에서 발생한 사건이 자신의 진급평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자 하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지휘관에게 법률가로서의 엄정한 법적 판단도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전방 사단급 법무참모는 검찰부장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공정한 군검찰권 행사의 구조적인 장애가 되고 있다.

불편부당한 군검찰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검토해 볼만한 대안은 군사법원법 및 국군조직법과는 구분되는 군검찰조직법을 제정해 군검찰을 독자적인 조직으로 구성하고, 군검찰관을 포함한 군법무관의 신분을 군인이 아닌 군무원으로 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군검찰 조직 수장을 군인이 아닌 명망 있는 법률가 중에서 임명하면 독립성 시비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군검찰 조직을 일선부대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가진 조직(가령 모든 군사법원과 군검찰을 국방부 직할로 두는 방안)으로 구성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군 내부의 조직정비와 함께 군 검찰 등 군 사법 조직을 적절히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외부 감찰위원회 및 시민사회단체의 감시체제 마련도 검토해야 한다.

군검찰 내부조직으로부터의 독립 확보도 필요하다. 실제로 일선 검찰관들은 법무감 또는 법무관리관 등과 같은 법무병과 조직 내부 상급자들에 의해 종종 사건 관련 청탁이나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검찰관 통제수단이 되고 있는 인사 및 보직권 행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검찰관 인사위원회 설치도 검토해 볼 만하다.

군대라는 성역 내에서 사법제도라는 또 하나의 장막을 치고, 사회의 건전한 감시와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군 사법제도를 바로 세우는 노력이야 말로 장병 인권보호는 물론 군 비리 척결의 지름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행 규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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