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장애를 지니고 태어나는 사람을 선천성 장애인, 살다가 장애를 입게 된 사람을 중도 장애인이라 부른다. 중도 장애는 선천성 장애에 비해 절망감이 훨씬 커 극복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22세 되던 해 군대에서 수류탄 폭발 사고로 시력을 잃은 송경태(42·사진)씨도 사고 후 수년 동안 자살만을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1992년 일반인보다도 훨씬 먼저 배운 컴퓨터 덕분에 장애를 극복하고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지난 주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개최한 '정보화교육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송씨는 항상 등에 노트북 컴퓨터를 지고 다닌다. 보통 사람들이 쓰는 컴퓨터와는 달리 화면에 뜨는 문자를 점자로 표시해 주고 말소리로 읽어주는 '무지점자 단말기'다. 그는 이 단말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 세상과 교류하고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제게 컴퓨터는 개인 비서이자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다리입니다." 수첩에 글씨를 써 봤자 볼 수 없는 그는 컴퓨터에 모든 일정을 입력하고 틈틈이 그 내용을 귀로 들으며 체크한다. 인터넷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얻고 이메일로 세상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워드 프로그램으로 문서를 작성한다. 말하는 컴퓨터, 무지점자 단말기 등 장애인을 위한 컴퓨터 기술도 나날이 발전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송씨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17년 동안 특히 시각장애인들의 정보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을 찾아 추진해 왔다.
2000년 7월에는 점자 및 음성도서를 모아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을 설립했고,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한 업체로부터 기증 받은 프로그램을 이용, 수백여 권의 책을 음성으로 변환해 인터넷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북장애인신문을 매주 발행해 일자리 등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의 소망은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처음으로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것과 판문점에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국토 종단을 신의주까지 마치는 것. "군대에서 시력을 잃은 저 자신이 분단의 한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통일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구독료가 1년에 4만원에 불과한 전북장애인신문이 좀더 많이 보급되는 것도 그의 소망이다. 신문 발행 때문에 재정이 많이 어려워졌지만 아직도 세상엔 희망이 있다고 믿고 있다. 장애인 신문 보급 운동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은 (063)244-4311로 연락하면 된다.
/최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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